“우리 남편은요, 제가 대화 좀 하자고만 하면 설거지하러 가요. 그러고는 ‘나 같은 남편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라고 큰소리친다니까요.” 어느 40대 아내가 한 말입니다.
사연인즉 어느 날 남편이 일찍 들어왔기에 오랜만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어서 저녁을 먹고 “여보, 얘기 좀 해요” 했더니 남편이 화들짝 놀라면서 TV를 끄더니 “깜빡 잊고 있었네. 내일 아침 일찍 중요한 회의가 있어, 일찍 자야겠어!” 하며 황급히 방으로 들어가더랍니다. 기가 막힌 아내가 따라 들어갔더니 남편은 이미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는 척을 하더랍니다.
그래서 이불을 확 제치며 “잠이 와요?”라고 했더니 “제발, 잠 좀 자자. 내일 중요한 회의가 있다고”라며 다시 이불을 뒤집어쓰더니 잠시 후 코를 골며 잠들었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밤새 뒤척이다 겨우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주방에서 소리가 나서 나가봤더니 남편이 출근 준비를 하고 밥을 먹고 있더랍니다.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식사하다가 아내를 힐끗 보며 뜬금없이 “여보, 미안해!”라고 말했습니다. “뭐가 미안한데?” 되물으니 “그냥 다~! 나 이제 나간다” 하면서 벌떡 일어나 나가더랍니다.
일반적으로 남편들이 아내들한테 듣는 말 중에 가장 무서운 말이 “여보, 얘기 좀 해”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듣는 순간 남편들은 머리가 아득해지고, 가슴이 철렁해서 자리를 피하려고 합니다. “나 피곤해. 일찍 자야 해” “중요한 서류 하나를 봐야 해” “오늘은 내가 설거지할까?” 등등. 그 자리를 회피하려 합니다. 대개 여자는 몰두형이고, 남편은 회피형이 많습니다.
아내는 관계를 좋게 하려고 접근하지만, 남편은 관계가 더 안 좋아질까 봐 회피합니다. 문제는 한 사람이 몰두하면 한 사람은 더욱 회피하고, 한 사람이 회피하면 또 한 사람은 더욱 몰두하며 접근한다는 것이죠. 그러다가 만일 두 사람 다 회피해 버리면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누구의 잘못일까요? 누구의 잘못도 아닙니다.
한번은 아버지학교 강의 중에 30대 후반의 아버지에게 남편으로서 아내와의 관계는 어떤지, 또 남편의 역할을 잘하고 있는지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 젊은 아버지가 “집안일은 내가 다 합니다. 뭐 그런대로 잘하고 있다고 생각해요”라고 대답하더군요. 그래서 “그럼, 아내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요?”라고 물었더니 선뜻 대답 못 하더니 잠시 후 “내가 그렇게 잘해도 아내는 뭔가 못마땅하고 불만이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했습니다.
부부가 살다 보면 갈등이 일어나게 마련입니다. 연애할 때와는 달리 결혼하고 나면 먼저 배우자가 나를 배려해고, 나의 욕구를 채워 주길 바라기 때문입니다. 돕는 배필이 아니라 바라는 배필인 것이죠. 이는 인간 죄성의 결과입니다.
대부분 갈등은 사소한 일로부터 시작됩니다. 갈등이 깊어지면 모든 분야에서 갈등을 빚고 맙니다. 갈등은 일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는 갈등이 아니라, 갈등을 풀어가는 방식입니다. 갈등이 일어나면 문제를 공격해야 하는데, 사람을 공격합니다. 문제는 사람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관계의 부정적인 고리에 있습니다. 두 사람이 문제를 함께 해결해 나가면서 부부는 하나가 되어가는 것입니다.
관계회복 심리학자인 수잔 존슨에 의하면, 부부 사이에 갈등이 일어나면 대개 “네가 옳으냐, 내가 옳으냐?”로 서로 공격하면서 나쁜 사람을 찾는다고 합니다. 내 은이 맞고 상대의 말이 틀린 것을 증명하기 위해 싸운다는 것이죠. 그러나 사실 두 사람 모두 맞는 말을 합니다. 다만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기에 “네가 문제다, 네가 나쁘다” 주장하는 겁니다.
결국 서로가 인정받지 못해서 감정이 상하고 싸움을 계속하는 것이죠. 여기서 문제는 공격과 비난을 계속하면, 한 사람이 피해버린다는 겁니다. 이를 수잔 존슨은 ‘항의하기’라고 이름을 붙였습니다. 대개는 애착욕구가 강한 아내는 관계 회복을 위해 계속 접근하고, 관계가 더 깨질 것을 두려워하는 남편은 계속 피하려 합니다. 이때 자주 등장하는 말이 “여보, 얘기 좀 해!”이고, 이 말을 듣는 순간 남편은 핑계를 대고 도망쳐 버립니다. 그런 남편을 아내가 더 강하게 밀어붙이면 어떻게 될까요?
인간은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먹은 후 변명하기에 급급합니다. 아담과 하와 두 사람이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먹고 숨었을 때, 하나님께서 아담에게 “내가 네게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열매를 네가 먹었느냐?”라고 물으시자 아담은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 있게 하신 여자가 열매를 주어서 내가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합니다. 하와도 “뱀이 나를 꾀어서 내가 먹었나이다”라고 대답하죠. 자신의 책임을 상대에게 돌리며 변명한 것입니다. 이렇게 인간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합니다. 죄성의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강조하여 말씀드립니다. 모든 남편과 아내는 자신의 접근과 반응의 태도를 면밀히 살펴보십시오. 혹시 내 부정적이고 공격적인 방식으로 인해 상대방을 힘들게 하지 않는지 살펴보십시오. 관계의 부정적인 고리를 깨려면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부부관계는 두 사람이 어떻게 관계의 고리를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서로 상대를 먼저 생각하고, 배려하고 공감하는 훈련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런 훈련 가운데 나의 힘든 감정을 배우자에게 이야기하고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며 함께 기도하는 것도 아주 좋은 방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