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란노아버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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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감성충전

어린 딸이 아기고양이를 돌봐주고 있어요
ⓒ김동숙
화수분처럼
좋은 삶은 특별한 삶이 아니다. 좋은 삶이 특별한 삶으로 귀착된다면, 좋은 삶에 대한 그리움은 평범한 사람에게는 언감생심이 아니겠는가? 특별한 삶은 제로섬게임의 승자에게만 보장된다. 성공하지 못한 사람에게 특별한 삶은 오르지 못할 나무에 불과하다.
특별한 삶과 달리 좋은 삶은 제로섬게임의 관계가 아니라 화수분貨水盆처럼 나누어도 줄어들지 않는 호혜의 관계를 통해 얻을 수 있다. 아니, 그래야만 좋은 삶이라는 궁극의 뜻에 가까워진다.
좋은 삶이 화수분의 관계를 통해 얻어질 때, 특별한 삶이 아닌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도 좋은 삶을 감히 꿈꿀 수 있다.
노명우  |《세상물정의 사회학》

9월의 메시지

두려움과 온전한 사랑
© pixabay
꾸준히 다가가야 감정이 움직이고 반응합니다.
그것이 소통이요, 사랑입니다.
일본에서 부부세미나를 진행할 때의 일입니다. 이틀 동안 오전 오후 진행되어 매우 힘들었지만, 열심히 강의를 듣는 한 쌍이 눈에 띄었습니다. 40대 중반의 여성과 70대 초반의 남성이 나란히 앉아 있었는데, 거의 대화도 없어서 더욱 눈에 들어왔습니다.
첫날에는 아이도 함께 들었지만, 둘째 날 오전에는 남자분만 참석하셨고, 오후엔 여자분이 참석하셨습니다. 두 사람이 어떤 사이인지는 알 수 없었습니다. 나는 두 분이 무슨 문제로 왔을까 궁금해하면서 강의를 마쳤습니다.
이후, 조별로 강의에 대한 소감과 실천사항을 나누고, 이어 몇 분이 나와서 발표 시간을 가졌습니다.
마침 두 분이 나왔는데 알고 보니 부부가 아니라, 아버지와 딸이었습니다. 딸이 아버지를 모시고 강의를 들으러 온 것입니다. 40대 여성은 남편이 아버지학교를 수료한 후 애정 표현도 하고 가사도 잘 거드는 등 자상하게 변하여 무척 행복했지만, 한편으로 친정 부모님이 생각났다고 합니다. 어머니와 아버지의 관계를 생각하면 두 분이 걱정되어, 오기 싫다는 아버지를 눈물로 설득해서 모시고 나왔답니다.
노신사는 전형적인 일본 아버지의 모습으로 강의 내내 거의 근엄한 표정으로 일관되게 앉아 계셨습니다. 그분이 앞에 나와서 이틀 동안 많은 것을 깨달았지만, 자기는 지금까지 ‘아내보다 자신의 어머니가 더 중요하다’라고 생각하며 아내를 대했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것 같다고 고백했습니다. 그러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전쟁으로 아버지께서 돌아가시고, 전후의 어려움 속에서 홀로 자신을 키우신 어머니, 아들 하나밖에 모르고 평생을 외로이 사신 그 어머니를 어떻게 떠나보내겠느냐?’며 고개를 떨구셨습니다.
그런 시어머니와 갈등을 겪으며 힘들게 살아온 아내에게 한 번도 고맙다는 말, 미안하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을 해 본적이 없었는데, 강의를 들으며 이제라도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막상 아내 앞에 서니 실천할 수 없었다면서 앞으로도 힘들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남자는 그런 말을 하는 게 아니라고 배웠고, 그동안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어떻게 갑자기 그런 표현을 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아니, 솔직히 아내가 어떻게 반응할지도 두렵고, 지금까지 고수한 자신의 남성성이 무너질까 봐도 두렵다는 것입니다. 나는 그분이 말씀을 끝냈을 때 가만히 안아 드렸습니다.
나는 다시 한 번, 전체적으로 총정리하면서 그분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정말 그런 상황에서 어느 아들이 어머니를 떠나보낼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를 떠나보낸다는 것은 단순히 지리적인 떠남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의 중심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남편이 아내에게 초점을 맞춰야 아내가 그 힘으로 시어머니를 모실 수 있습니다. 결국, 아들 부부가 행복해야 어머니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십시오”라고 강조했습니다.
예전에는 어떤 상황에서도 효도가 먼저였습니다. 그런 제도와 관습 아래 우리가 살아왔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는 ‘친밀한 부부 관계’가 효도의 첫걸음입니다. 진정으로 어머니가 행복하길 원한다면 먼저 아내를 행복하게 만들어 줘야 합니다. 행복한 아내가 그 사랑의 힘으로 시어머니와 행복한 관계를 만들 수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학교에서는 교육 기간에 집에 가서 ‘아내를 안아 주며 사랑한다고 고백하기’ 숙제가 있습니다. 그런데 지원자들이 이 숙제를 매우 힘들어합니다. 대개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그동안 해본 적이 없다’ ‘아내가 어떻게 반응할지 두렵다’는 것입니다. 미안하다는 말, 고맙다는 말, 사랑한다는 말하기가 정말 힘들다고 말합니다. 어떤 분은 차라리 아내 대신 2층에서 뛰어내리라면 뛰어내리겠는데, 사랑한다는 말은 도저히 못 하겠다고 손사래를 치기도 합니다. 그만큼 쉽지 않은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기억해야 할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아버지들이 먼저 세상을 떠날 때 남아있는 아내와 자녀들이 가장 가슴에 담는 말은 아버지의 ‘미안하다’ ‘사랑한다’ ‘고맙다’라고 합니다. 세상을 떠날 때 남기고 가는 말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 말은 가족들이 꼭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원이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중요한 말을 마지막 순간에 가서야 한다면 얼마나 가슴 아픈 일입니까?
말하는 당사자도 그렇지만, 듣는 아내나 자녀도 가슴이 찢어지는 이야기일 것입니다. 평소에도 자주 고백하다가 이 세상 떠나갈 때, 웃으면서 다시 또 고백할 수 있다면 떠나는 사람이나 보내는 사람이나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만일 유언도 하지 못하고 떠나는 일이 생긴다면 어쩌시렵니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랑은 실천할 때 비로소 완성되어 갑니다. 온전한 사랑은 두려움을 내쫓습니다. 아내나 자녀의 반응이 기대와 다르고 낯설어하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자꾸만 다가가야 합니다. 꾸준히 다가가야 감정이 움직이고 반응합니다. 그것이 소통이요, 사랑입니다.
김성묵 두란노아버지학교운동본부 이사장

아버지의 시선

질문 수업 | 질문은 힘이 있다③
‘교육하다(educate)’라는 말은 잠재된 것을 이끌어내다(educe)라는 의미를 가졌다. 그렇다면 잠재된 능력을 무엇으로 이끌어낼까?『질문지능』의 저자 아이작 유는 ‘질문’이야말로 인간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힘이 있다고 주장한다. 특히 어려서부터 부모에게 좋은 질문을 받으며 성장한 자녀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다. 우리 가정에 질문의 힘이 살아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질문을 한 번도 배운 적 없는 딸(18개월)이 요즘 한창 “아빠, 어디 있어?” “뭐해?” “이거 뭐야?”라며 끊임없이 무언가를 묻는다. 지적능력을 갖춘 모든 사람은 본능적으로 질문을 한다. ‘질문하는 능력’, 곧 ‘질문 지능’은 타고 난다. ‘질문하기’는 ‘생각하기’다. 생각이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알아가는 과정’이다. 비판적 사고, 창의적 사고, 설득력, 자기 성찰 등은 모두 질문에서 출발한다. 질문을 던질 때 대상을 다각적으로 보고, 새로운 개념과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호기심이 이어지는 질문 창의력과 상상력을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요즘, 부모의 역할은 무엇일까? 아이가 관심 갖는 분야와 연결된 질문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고속도로를 타고 부산까지 가는데, 아이가 ‘천안 휴게소는 뭐가 유명해?’라고 물었다. 부모는 이 질문과 관련한 다양한 질문을 아이에게 던질 수 있다. ‘천안 휴게소는 호두과자가 유명한데 다른 휴게소는 뭐가 유명할까?’ ‘호두과자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뭘까?’ ‘부산까지 갈 때 휴게소가 몇 개인지 세어 볼까?’ ‘휴게소마다 어떤 특징이 있을까?’ 부모는 아이의 궁금증이 다른 호기심으로 이어지도록 질문할 수 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질문 어느 카페 벽에 한 마리 새가 그려져 있다. ‘저게 무슨 새일까?’라고 부모가 묻는다. 그러자 아이가 ‘음, 비둘기 같아’라고 대답했다. 부모가 ‘그래? 난 참새 같은데…’ 하고 대화가 끊긴다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우와, 신기하다. 너는 저 새가 비둘기로 보이는구나?’ ‘왜 비둘기라고 생각했어?’ ‘지금 비둘기 마음이 어떤 거 같아?’라고 하나의 이야기를 상상하는 질문을 던져보라. 질문과 질문이 연결되고, 생각에 또 다른 생각이 엮이면서 아이의 머릿속에 새로운 이야기가 탄생한다. 그때 시 한 편, 수필 한 편, 동화책 한 권이 만들어질 수도 있다.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는 질문은 창의적인 생각의 구조를 만든다.
질문수업 <질문은 힘이 있다④>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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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특강

새로운 남성 신화를 쓰다②
욕망이란 ‘부족을 느껴 무엇을 가지거나 누리고자 탐함 또는 그런 마음’이다. 욕망에 대한 부정적 인상 때문인지, 부모에 대한 기대치 때문인지 ’부모의 욕망‘을 대놓고 말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이호선 교수는 “자녀가 부모의 욕망을 읽도록 해주는 계기를 부모가 마련해주는 것이 매우 큰 교육”이라고 주장한다. 자기 결핍과 부족으로 인해 좌절한 아버지들이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여기에 있다.
이호선  |  숭실사이버대학교 한국노인상담센터 교수
가족이 같이 쓰는 아버지의 신화
아버지도 인간으로서 일탈할 수 있다. 다만 아버지라는 역할이 그를 사람 되게 할 뿐이다. 모든 사람이 어떤 역할들을 수행하면서 좋은 사람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아버지가 인간으로서의 연약함을 드러내지 못하도록 억압하는 구조가 문제다. 머리와 몸을 갈라놓는 문화가 아버지를 더는 괴롭히지 못하도록 새로운 신화를 쓰는 수밖에 없다.

이는 과거 영웅을 넘어서 질적으로 다른 방식, 내용, 형태의 부성을 창조하는 행위다. 이는 아버지 혼자 쓰는 신화가 아니라 가족이 같이 쓰는 신화여야 한다. 아버지는 아버지로서 나의 이야기를 다시 써야 한다. 사실상 문화에 길들여진 사람이 자발적으로 새로운 이야기를 쓰기란 어려운 일이다. 따라서 주변에서 ‘당신 스스로 당신의 이야기를 쓸 수 있다’ ‘아버지/남편에게는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멋짐이 있다’ 라고 도전할 필요가 있다.

제3자도 자극제가 되어 줄 수 있고, 실제 자기 이야기에서 찾거나 다른 이야기를 나에게 맞게 수정해도 상관없다. 내가 주인공인데 누가 뭐랄 사람 하나 없다. 남의 이야기라도 나의 이야기로 각색하고, 나만의 방식, 우리 가족의 톤, 재료, 스타일, 역동에 맞게 삶 속으로 스며들도록 실행할 수 있다.

이야기를 만들어내면 그렇게 살아야 한다는 ‘당위성, 전형’이 생긴다. 삶의 현장에서 이야기를 뽑아냈다면, 이후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맞춰 생각하고 살아간다. 현상이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에 사람들이 맞춰 살아가는 전과 후가 뒤바뀌는 흥미로운 상황이 벌어진다. 누군가 “당신은 (       )해야 한다”라고 했을 때, 그 이야기를 들은 사람은 “아, 그래야 하는구나!”라며 수용한다. 이것이 신화가 일상으로 들어오는 과정이다.

새로운 신화를 쓴다는 것은 내가 채택한 ‘맞춤신화’를 입는 것이다. 최근 기성복만 입다가 맞춤복을 입어보니 몸에 딱 맞는 것이 편안하고 맵시가 살아났다. 내 옷을 입으니까 하고 싶은 이야기도 넘쳐난다. 나의 신화를 경험하는 과정이 이와 다르지 않다.
【다음 편 <아버지, 새로운 남성 신화를 쓰다③>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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