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쫌 앞서가는 가족의 미래
작성자 김문영 작성일시 2018-05-25 13:23:42.0 조회수 275 연월 201805

 

쫌 앞서가는
가족의 미래

김수동 | 공동체 코디네이터, 더함플러스협동조합 이사장
취재 글 : 김문영 / 사진 : 김승범



야마다 마사히로는 『우리가 알던 가족의 종말』에서 “가족도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했고, 엘리자베트 벡 게른스하임의 『가족 이후에 무엇이 오는가?』는 가족 이후에 ‘다양한 가족들’이 온다고 했다. 『쫌 앞서가는 가족』을 집필한 김수동 이사장은 도시 중장년 세대를 위한 ‘소그룹 공동체에 의한 협력주거’라는 노후주거 대안을 개발하고, 행복한 집짓기, 세대협력형 공유주택인 ‘터무늬 있는 집’ 등을 통해 가족의 미래를 차근차근 만들어가고 있다.
 


노후, 관계의 빈곤이 위험해
나는 어린 시절부터 강북구, 도봉구 일대에서 살았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부모님 연배 어르신들의 젊은 시절과 노후 변화를 지켜보았다. 올해 어머니가 아흔이 되셨는데, 어머니 세대는 대부분 남편을 먼저 떠나보내시고, 평균 10년 이상을 도시에서 혼자 사신다. 젊어서야 당당하게 ‘혼자 살기를 잘했다’고 하셨지만, 70대부터는 온갖 위험에 노출되기 시작했다. 경제적으로 어렵지 않아도 ‘관계의 빈곤, 사회적 고립’의 문제가 드러나기 때문이다. 노년에는 혼자가 아니면 문제가 아닌 것도 문제가 되고, 작은 문제도 순식간에 증폭된다. 도시에서 노인이 산다는 것은 협소주택이나, 자녀들이 떠난 빈 둥지에 홀로 남아 비싼 주거비용을 부담하며 서서히 사회적으로 고립되는 과정을 밟는 일이다. 60대 이전에 주도적으로 주거 전환을 모색하지 않으면 이런 사태를 벗어나기 어렵다.

마흔 이후 ‘사회적기업’에 관심을 기울이던 차에, “이렇게 혼자… 오래 살 줄 몰랐다”는 어머니들의 이야기를 흘려들을 수 없었다. 가까이서 지켜본 어머니 세대의 고립, 도시의 노후주거 문제 등에 주목하면서 ‘시니어 공동체 주거 운동’을 힘쓰기로 작정했다.

‘가족들’이 온다!
독일 사회학자 엘리자베스 벡 게른스하임의 『가족 이후 무엇이 오는가?』를 읽고 무릎을 탁 쳤다. 사회변동에 따라 법이나 교육보다 급속도로 변화하는 것이 가족이다. 가족이 필요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전통적인 혈연 중심의 가족(the family) 이후, 다양한 형태의 ‘가족들(families)’이 온다는 전망이다. 2016년 방영된 tvN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판타스틱 패밀리>를 흥미롭게 시청했다. 인공지능 로봇이나 반려동물이 가족이 되고, 4대가 함께 사는 캥거루족, 사제지간 모녀가족, 1인 가족, 법적관계는 깨지 않되 따로 살면서 필요할 때 만나는 부부 등 다양한 가족의 모습이 낯설면서도 뭉클했다. ‘우리 시대 가족이란 무엇일까?’ ‘우리는 가족에게 무엇을 바라는가?’ 되돌아보면서 어떤 가능성을 엿보기도 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대안가족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계속 늘고 있다. 코하우징(입주자들이 사생활은 누리면서 공용 공간을 두어 공동체생활을 하는 협동 주거)은 1970년대 덴마크에서 획일적 주거 형태에 반발하여 시작했고, 이후 네덜란드, 스웨덴, 영국, 독일 등으로 확산되었다. 우리나라는 2011년 서울 망원동 성미산마을에 있는 ‘소행주(소통이 있어 행복한 주택)’가 문을 열었고, 현재 소행주 6호를 진행 중이며 신내동, 화곡동, 부천, 과천 등 다른 지역으로 뻗어나갔다. 그 밖에 공공임대주택, 사회주택, 공동체주택 등 우리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만한 대안으로서 새로운 공동체, 가족들이 꾸준히 생기고 있다.

우리 시대 공동체에 대하여
사회적 신뢰관계가 구축되지 않은 상태에서 타인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보니, ‘공동체’라 하면 부정적인 시선으로 보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가 과거에 공동체로 살면서 좋은 경험만 한 것도 아니다. 누구네 집 아들, 딸로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가족과 마을이라는 틀 속에 규정되었고, 자유롭게 자신을 표출할 수 없었다. 가족드라마 <한 지붕 세 가족>은 훈훈했지만, 도시의 셋방살이는 집주인과의 엄청난 갈등과 스트레스의 연속이다. ‘아파트’는 이런 문제를 해결해주는 듯했다. 익명으로 살아가는 자유로움만 아니라 경제적인 부가가치의 창출로 더할 나위 없는 ‘아파트의 시대’가 이어졌다.

그러나 고도성장기는 한계에 달하고, 아파트 주거 문화는 쓰레기 분리수거부터 층간소음, 주차, 관리비 등의 문제로 끊임없이 분란이 일어나 사회 문제가 심각해졌다. 공동체가 파괴된 상황에서 자율적인 조정도 어렵고 누가 나서서 중재해줄 수도 없다. 따라서 공동주택관리법이 생기고, 사소한 문제조차 법에 의존하는 상황으로 치달았다. 서로 알고 지내면 원만할 텐데, 모든 갈등을 사회적 비용으로 치르고 있다. 초고령사회, 늘어나는 공공복지와 사회서비스 요구를 모두 국가재정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공동체가 회복되어야 사회적 비용도 줄이고, 삶의 질도 향상이 될 텐데 여전히 쉽지 않다.



관계, 목적, 이야기
공동체는 ‘공감의 기반’이 필요하다. 이는 ‘관계, 목적, 이야기’ 세 가지를 구축하는 일이다. 살아있는 관계란 ‘유대감, 신뢰감, 친밀감’을 유지하는 일이다. 공동육아를 위해서 모인 엄마들이 시작한 ‘소행주’와 같이 타인과 같이 살려면 ‘공통의 목적’이 필요하다. 공통의 필요를 발견하면, 지속 가능한 공감의 기반을 다질 수 있다.

‘이야기’는 올해 소비트렌드인 ‘소확행작지만 확실한 행복, 워라벨일-가정 양립, 케렌시아휴식을 취할 수 있는 나만의 공간’를 통해 생각해볼 수 있다. 확실한 행복은 거대한 성과나

성취가 아니라, 일상의 작은 이야기에서 나온다. 또, 혼자가 아니라 이웃과 살면서 나오는 이야기가 끊임없이 이어져야 ‘공동체’가 가능하다. 집에 얽힌 서사(敍事)를 잃어버린 사회에서 이야기는 공동체주택을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중요한 키워드다.

관계 빈곤을 ‘공동체주택’으로 풀어야
서울 시민은 한 집에서 평균 3~4년 정도 산다. 청년은 2년, 내 집이 없는 사람은 4년이 채 안 된다. 내가 한 집에 5년 살면, 앞집 옆집 뒷집 사람들이 모두 바뀐다. 이런 분위기라면 이웃에게 곁을 내줄 이유가 없다. 나는 창동에 있는 아파트 단지에서 10년 가까이 살다가 이사를 나올 때, 경비 아저씨 외에는 동네에 인사할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정말 서글픈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마을공동체를 세우려고 노력해도, 삶의 자리가 계속 바뀌니 어떻게 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겠는가? 그래서 관계를 ‘주거’로 풀어야 한다. 거주지가 안정되지 않으면 공동체성을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에 ‘공동체주택’이 필요하다.

공동체주택은 아는 사람과 만드는 것도 아니고, 설득으로 만들어지지도 않는다. 우선 집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우리는 이를 위해 주거전환 교육과 시민운동 확산에 주력한다. 공동체 코디네이터로서 공통의 욕구를 가진 사람을 모아 주거공동체에 대한 세부 기획부터 입주까지 그들과 함께 진행한다. 공동체주택은 단순히 집만 짓는 것이 아니라 이웃의 가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협력해서 주거문제를 해결하는 형태다. 양적으로 아파트의 대안이 될 수는 없지만, 공동체주택에 사는 주민이 5%만 되어도 도시가 확연히 달라질 것이다.

사회적 관계망을 이룬 가족들
우리 부부가 공동체주택 식구들을 만난 지는 4년 정도 되었고, 한 집에 들어가 산 지는 2년이 되었다. 사람들이 살기 어려운 점을 말해달라는데, 실제 별로 없다. 단순히 집만 지은 게 아니라 집 짓는 과정에서 갈등을 해결하며 ‘관계 근력’을 강화했기 때문이다. 우리는 30~60대까지 골고루 있으며, 10가구(총 27명)가 튼튼한 관계망 속에서 웬만한 문제는 다 해소한다. 불편한 이야기도 불편하지 않게 말할 수 있고, 사소한 부탁을 하거나 거절할 수도 있는 문화를 이루었다. 사회적 관계망이 삶의 질을 높이고, ‘함께’라서 좋은 점이 많다.

공동체주택에서는 각자 자기가 하고 싶은 것,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싶을 때 하면된다. 내가 잘하는 것만 ‘기꺼이’ 하면 다른 식구들이 내가 못하는 걸 해주니 부담이없다. 그들과 삶을 나누면서 이전에 누리지 못한 풍요로움을 느낀다. 대단한 무언가를 해서가 아니다. 한 달에 한 번 밥상모임을 갖는 데, 밥 먹고 수다 떠는 게 전부지만 큰 의미가 있다. 각자 음식을 가져와 펼쳐 놓으면, 오병이어의 식탁이 차려진다. 처음에는 서로 메뉴를 조율했지만, 지금은 가져오고 싶은 음식을 가져온다. 우리는 음식 준비하는 데 힘 빼지 말고 귀찮으면 시켜 먹자고도 한다. 이처럼 공동체주택은 자율적 개인의 느슨하고, 열린 사회적 가족이다. 취재 글 김문영 사진 김승범


시민출자 청년주택 기금사업 “터무늬 있는 집”

Step1 선배세대 연간 100명 시민출자자로 참여 ► 매년 (보증금 용도의) 10억 규모 주택기금 조성
Step2 지역에서 활동하는 청년들 공모 심사해 입주자로 선정 ► 매년 4채의 보증금 없는(전세 계약) 청년 주택 제공
Step3 선배세대 공동 출자로 시민 주도 주거복지를 실현 ► 청년은 공동주거문화를 만들고 지역사회와 함께 성장

*기금의 모금, 관리, 상환은 사회투자지원재단에서 책임 있게 운영한다.
*사업 및 출자 문의 02-322-7020 / E-mail hellothemuni@daum.net
*홈페이지 http://www.themu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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