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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지만 확실한 행복 포착하기
작성자 김문영 작성일시 2018-04-25 18:50:15.0 조회수 212 연월 201804


작지만 확실한 행복
포착하기

김원식, 김명신님 부부
취재 글 김문영 / 사진 김승범


 

올해로 결혼 48주년을 맞은 김원식·김명신 님 부부와 함께 ‘실험 인터뷰’를 진행했다. ‘작지만 확실한 행복 포착하기’라는 주제로 몇 가지 질문에 대하여 1주일간 자신이 어떤 순간 행복을 느끼는지 일기를 쓰듯 메모해두었다. 그리고 다음 날 부부와 함께 나눈 이야기의 기록이다. 

“나는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느끼며 사는가?”

살아있음을 만끽하는 감탄사
오래전부터 우리 부부는 ‘굿모닝’으로 인사를 나눠왔다. 아침만 아니라, 점심에도 저녁에도 굿모닝으로 인사를 통일했다. 굿모닝은 우리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기뻐하는 ‘감탄사’와 같다. 작은 행복을 찾아보라고 했지만, 아침에 눈을 뜨는 순간부터 엄청난 행복이 시작된다. 또한 해마다 쑥쑥 자라는 손주들이 ‘할아버지’라고 부르는 목소리는 ‘행복이 여기 있다’라는 울림이고, 봄에 돋아나는 새싹과 식물이 잘 자라도록 잡초를 뽑아주는 나의 노동이야말로 생생한 행복이다. 지난번 고구마를 수확한 후 이집저집 나눠주고, 정작 우리 먹을게 없어서 사다 먹으면서도 마냥 좋았다. 6년 전, 도시생활에 익숙한 아내를 위해서 도시문화와 전원생활이 공존하는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로 이사온 일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어떤이는 화장실에 앉아 있을때가 제일 편하다는데, 나는 텃밭에 있을때가 그렇게 좋다. 흙냄새를 맡으며 나 자신을 잊고, 자연과 하나된 기분이다. 김원식

내가 길을 걷고 있네!
젊어서는 무언가 많이 가져야 하고, 좀 더 큰 것이 행복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몇 년 전 허리가 무척 아파서 5분도 제대로 걷지 못하다가 어느 날부터 다시 걸을 수 있게 되었다. ‘내가 길을 걷고 있네!’라고 느끼는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행복했다. 또 갑작스레 귀가 이상해서 병원에 갔더니 스트레스성 난청으로 서둘러 입원 치료받지 않으면 못 듣는다고 했다. 귀가 그렇게 소중한 걸 그제야 알았다. 지금은 오른쪽 귀만 약하게 들리고, 왼쪽 귀는 듣는데 문제가 없으니 참 다행이다. 아침에 맞벌이하는 아들네 집에 가서 손녀들을 돌봐주는 일, 저녁이 되면 남편이 나를 데리러 오고 우리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 모두가 행복이다. 하루하루가 젊을 때 보다 더 깊이 다가오고 절실하고 감사하다. 김명신

“무엇을 할 때 확실한 행복을 느끼나?”

고독에 대하여
손녀가 생일 선물로 사준 공책에 글을 끄적 거리며 ‘고독한 행복’을 느낀다. 사소한 일들에 대한 감상을 넋두리 삼아 적는 것이니, 공책에는 <낙서>라는 이름을 붙였다. 별이 쏟아지는 밤, 근처에 비행장이 있어서 한 대 두 대 비행기 지나가는 소리를 들으며 ‘달빛 속에 잠들다’라는 글을 썼다. “지난밤 하늘에 걸린 달빛은 유난히도 밝았습니다. (중략) 아름다운 달빛에 싸여 비행기 하나 비행기 둘, 한동안 쉼 없이 시나브로 날아갑니다. (중략) 내일 밤도 나 혼자 달빛을 기다려봐야지.
먹구름이 끼어 달빛이 가려지지 않기를. 가슴에 달빛을 품고 나도 모르게 편안한 잠을 잡니다. ”홀로 서재에 앉아 밤하늘을 바라보면, 늙어도 사람이라고 쓸쓸함이 가슴에 스민다. 그밖에도 쪽파를 심은 날, 햇살 좋은 날, 이웃사촌과 나눈 소소한 이야기 등. 이렇게 ‘여기 있음’을 써내려간다. 늙어가는 나의 모습을 고스란히 글로 남기는 것도 행복이랄까? 은퇴 이후 젊어서 누리던 것들을 다 내려놓았다. 그 많던 친구, 지인과의 관계도 자연스럽게 정리가 되었다. 땅 사면 일 년이 즐겁고 소중한 친구 하나 있으면 평생이 즐겁다고, 세상에 마음 통하는 친구 하나 있으면 족하다. 김원식

얘, 넌 할머니야
나에게는 기도문을 쓰는 공책이 있다. 내가 언제 기도했던가, 무엇을 위해 그렇게 마음이 간절했던가 돌이켜보면 이루어진 기도도 있고, 그렇지 않은 기도도 있다. 세월이 지나고 보니 모든게 합당했다. “우리의 신음소리 까지 아시는 하나님!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는 수많은 일들이 순간 순간 세계속에 나라마다 가정과 개인속에 일어나지만, 그 안에 섭리가 있다고 믿으며 묵묵히 작은 마음으로 이웃과 함께 살아가려 합니다. 보잘 것 없어도 더 많은 것을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을 주십시오. ” 어떤 친구들은 ‘할머니’ 소리 듣는 게 끔찍하다고 한다. 전철에서 사람들이 “할머니, 여기 앉으세요” 자리를 양보하면, 은근 화가 난다는 것이다. 그런 친구에게 “얘, 넌 할머니야!”라면서, 슬쩍 ‘할머니 예찬론’을 펼치곤 한다.
나는 사람들이 ‘할머니’ 하고 부르면 그냥 기분이 좋다. 손녀들이 “할머니 할아버지 안 계시면 사는 맛이 안 날것 같아요”라며 잘 따르면 보람도 느낀다.아이들을 키우다보니 젊은 엄마들을 만나는데, “할머니 저랑 커피 한 잔 하실래요?” 하면서 살갑게 다가온다. 그들과 이런저런 사는 이야기를 하다보면 시간 가는줄 모른다. 늙는걸 서러워하지 말자. 늙어도 그 나이에 맞는 즐거움이 분명히 있다. 김명신

“작지만 확실한 행복을 나누고 싶은 사람은 누구인가?“

사랑이 메마르면 어떡하나
항상 우울한 표정으로 사는 사람들이 있다. 특히 시댁이나 남편과의 갈등으로 우울 해하는 젊은 엄마들에게 밝은 에너지를 나눠주고, 마음을 위로하는 친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 몸이 아픈 환자와 끼니를 챙기지 못하는 보호자를 위해서 정성껏 음식을 해다 주는 일도 건강이 허락하는 한 계속하고 싶다. 친구나 이웃 가운데 누가 아파서 입원했다고 하면, ‘무엇을 해줄까?’ 고민하다가 간단히 먹을 김밥 등을 싸다 주면서 시작한 일이다.
이제 하나님 앞에 갈 날이 가까워오는데, 사랑이 메마르면 부끄러워서 어떻게 가나 생각하니 더욱 사랑하고, 용서하고, 나눔을 미루지 못하겠다. 무엇보다 내 자녀들을 보면서 참 많이 배운다. 나는 저 나이에 뭐했지 싶을 정도로 최선을 다해서 사는 모습을 보면, 나도 열심히 살아야지 힘을 낸다. 김명신

내가 느껴야 행복이다
예전에야 30만원 짜리 옷도 망설임 없이 사 입었지만, 이제는 옷을 사더라도 3만원을 넘기지 않는다. 그 이상은 불필요한 사치처럼 느껴진다. 최고 3만원 선에서 가족들 생일이나 기념일을 챙기는데, 결코 만족도가 떨어지지 않는다. 거창한 바람인지 모르겠지만, 우리 사회가 여러 가지 이유로 우울한데, 많은 사람들이 ‘소확행’의 가치를 알고 실천하면서 우울증을 죄다 고치기를 바란다.
아내가 가끔 좌석버스를 타고 남대문시장을 간다. 그런 날이면 장터에 가신 어머니가 뭘 사오시나 기다리는 아이처럼 아내를 기다린다. 뭐라도 하나 내 거를 사오는 아내를 기다리는 맛이 있다. 행복이 별거 없다. 내가 느껴야 행복이다. 아무리 행복을 안겨줘도 내가 느끼지 못하면 소용없다. 김원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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