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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늦기 전에 떠나볼까?
작성자 김문영 작성일시 2017-12-27 17:16:21.0 조회수 486 연월 201712




더 늦기 전에 떠나볼까?

글 김문영




여행이란 날마다 반복되는 생활의 그림자라 해도 될까요? 평소 의식하지 않고 살던 나의 그림자를 돌아보듯이 어느 날 문득 돌아보게 되는 뭔가가 ‘여행’에 있습니다. 낯선 곳을 향한 동경이든, 메마르고 복잡한 현실로부터의 탈출이든 ‘아, 떠나고 싶다!’는 말이 한숨처럼 내뱉어질 때가 있죠.

프랑스의 철학자 장 그르니에는 『섬』이라는 에세이에서 “우리는 일상 속에 졸고 있는 감정을 일깨우기 위해 몇 가지의 희귀한 감각들을 체험해 보기 위해 여행을 한다. 우리들 마음속의 저 내면적인 노래를 충동질하는 그런 감각을 말이다”라고 했습니다.

여행이란 일상에 필요한 ‘춤 동작’이라는 상상을 해봅니다. 춤을 추려면, 뒤로도 갔다 옆으로도 가고, 한 발로 뛰었다, 위로 뛰었다 빙글빙글 돌았다, 허리를 굽혔다 젖혔다 해야 하잖아요? 그냥 매일 앞만 보고 걷기만 할 수는 없다는 거죠. 일부러 다른 길로 돌아가는 즐거움도 있다는 것입니다. 졸고 있는 감각을 일깨울 수 있다면 더욱 짜릿하겠지요.

누구나 여행을 좋아하는 것은 아닐지 모릅니다. 여행 갔다 오면 괜스레 헛헛하기만 하더라, 집이 제일 편하고 안전하다며 손사래를 칠 수도 있겠죠. 아마도 일정한 거주지에 뿌리를 내리지 않고, 바람이나 구름처럼 이동하며 살아가는 유목민에게는 머무는 여행이 필요할 수도 있겠습니다. 인생이 본래 나그네 길이라면, 여행은 그 길이 바로 우리 앞에 있다고 일깨우지 않을까요? 하루하루가 마땅히 주어지고 당연하게 누려야 할 날들은 아니라는 울림이 여행에 있습니다.

이런저런 설득 없이 ‘본능적’으로 여행을 감각해도 좋습니다. 김동률의 <출발>이라는 노래처럼 말입니다.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아주 높이까지 오르고 싶어.

…작은 물병 하나, 먼지 낀 카메라, 때 묻은 지도 가방 안에 넣고서 언덕을 넘어 숲길을 헤치고 가벼운 발걸음 닿는 대로 끝없이 이어진 길을 천천히 걸어가네. 멍하니 앉아서 쉬기도 하고, 가끔 길을 잃어도 서두르지 않는 법. 언젠가는 나도 알게 되겠지. 이 길이 곧 나에게 가르쳐 줄 테니까… 새로운 풍경에 가슴이 뛰고 별것 아닌 일에도 호들갑을 떨면서 나는 걸어가네. 휘파람 불며 때로는 넘어져도 내 길을 걸어가네….”

아이처럼 저 멀리까지 뛰어도 보고, 발길 닿는 대로 휘파람 불며 걸어본 적이 언제였던 가요? 나의 몸과 마음이 무엇을 원하는지 느껴본 적이 언제였던 가요? 오롯이 나의 길을 감각해본 적 언제였나요? 더 늦기 전에 잠시라도 떠나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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