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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진품은 어디 있나요?
작성자 김문영 작성일시 2017-12-27 16:40:32.0 조회수 344 연월 201712




사랑의 진품은 어디 있나요?

취재 글 김문영




열두 번째 영화로 인생 공부하기는 세계적인 거장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 줄리엣 비노쉬(엘르 역), 윌리엄 쉬멜(제임스 밀러 역) 주연의 <사랑을 카피하다>이다. 영화는 중년의 두 남녀가 짧은 여행 동안 ‘진품과 복제품 인생’에 대해 깐깐하고도 끈질긴 공방을 벌이다, 어느 순간 서로에게 사랑의 현실을 비춰주는 거울이 되는 과정을 신비롭게 그렸다. 엄밀하게는 ‘인간관계의 진실과 거짓, 그 경계는 무엇인가?’ ‘사랑의 진품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사려 깊은 질문으로 에세이를 읽듯이 감상할만한 명작이다.

거리 영국인 작가 제임스 밀러가 신간 『인증 받은 복제품 Certified Copy』 이탈리아판 출간기념으로 강연 차 투스카니를 방문한다. 그의 팬인 엘르는 골동품 가게를 운영하며 홀로 아들을 키우고 있는 프랑스 여성이다. 제임스의 강연회에 참석한 엘르는 관계자에게 ‘하루 동안 제임스의 투스카니 여행안내를 맡겠다’는 제안을 하고, 사사건건 비딱하게 구는 아들과 강연장을 빠져 나온다. 이어 엘르의 지하 골동품 가게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의 짧은 여행이 시작된다. 제임스의 책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어느 순간 두 사람은 진짜 부부인 척 ‘역할극’을 시작한다. 서로 연기에 몰입하면서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점점 모호해지는 경험을 하는데….

★★★★★

지난해 타계한 이란의 대표적인 영화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체리향기> <올리브 나무 사이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 등으로 전 세계 영화인에게 사랑과 존경을 받은 인물이다. 우리나라에서 2011년 개봉한 <사랑을 카피하다>의 원제는 ‘인증 받은 복제품’으로 영화에서 제임스 밀러가 쓴 책의 이름과 동일하다. 다른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영화도 감독의 ‘현실과 허구(영화)의 경계를 허무는 독창적인 연출력’이 돋보인다.
<사랑을 카피하다>는 사랑, 관계의 진실성을 들여다 볼 수 있는 탁월한 작품으로 추천한다. 실제 결혼한 사이가 아니라, 전혀 모르던 두 사람이 만나 ‘역할극’을 통해 관계의 진실을 들여다본다는 설정이 놀랍다. 두 배우의 연기도 소름이 돋을 정도로 자연스럽고 섬세해서 대사 한 마디 표정 하나까지 놓치고 싶지 않다.

복제품은 원본과 다르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영화 도입부, 제임스 밀러의 신간 <인증 받은 복제품>에 대한 강연이 장장 9분 이상이어진다. “저는 ‘복제품은 원본과 다르지만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진품에 대한 의구심은 역사를 통해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특히 좋아하는 이야기는 로렌조 드 메디치가 미켈란젤로에게 알란티카 큐피드 상을 복제 시킬 때 진품보다 더 많은 돈을 지불한 사례입니다. …오리지널이라는 말은 ‘진짜배기의 믿을 수 있는, 더 오래가는, 내면적인, 소유하고 싶은’이라는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있습니다. …거기서 예술의 재생산과 인간의 재생산이라는 평행적인 개념을 도출해보았습니다. 결국, 인간은 우리 조상의 DNA의 복제품일 뿐이라는 표현도 나올 수 있겠죠. 그래서 독창성을 탐구하는 것은 우리 문명의 근원에 대한 의문을 품는 과정이라 할 수 있습니다(이하 생략).”
감독은 이 부분에서 관객이 무엇을 보기 원했을까? 장면을 살펴보면 제임스 밀러가 강연하는 동안 여자 주인공 엘르가 입장하고, 잠시 후 그녀의 아들이 들어오고, 그들이 서로 눈짓으로 옥신각신 이야기를 주고받고, 제임스 밀러의 휴대폰이 울리는 등. 진지한 강연에 집중하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요소들이 계속 등장한다. 이를 통해 감독은 우리의 시선을 흐트러뜨리는데, 어떤 논리의 일방적인 흐름을 달가워하지 않아서인지, 이후 어떤 반전을 계산에 넣은 것인지 의도가 궁금해지는 지점이다.



저 사이프러스 나무를 봐요
엘르의 제안으로 골동품 가게를 찾아온 제임스가 “이 물건들이 매혹적이긴 하지만, 당신한테 안 좋을 수도 있어요. 값어치가 있는 물건이지만… 위험하긴 하죠. 저는 집에 실용적인 물건만 둡니다”라고 하자, 엘르가 “뭐가 잘못됐나요? 제 가게가 싫으세요? 저 는 진 품만 취 급하죠. 복제품은 몇 개밖에 없어요”라며 의아해한다. 제임스는 왜 골동품이 그녀에게 위험하다고 했을까? 골동품이란 ‘오래되었거나 희귀한 옛 물품’ 혹은 ‘시대감각을 잃은 무딘 사람이나 그런 물건을 비유적으로 이를 때 쓰는 말’이다. 대부분 위대한 원작, 진품을 손에 넣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따라서 진품을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복제품이 탄생한다. 그래도 사람들은 ‘원작, 진품’에 복제품이 따라갈 수 없는 ‘아우라(고고한 분위기), 가치, 힘’이존재한다고 굳게 믿으며 원조를 우위에둔다. 제임스가 보기에 골동품의 위험은 물건의 실제 사용가치와 상관없는 ‘환상’을 재생산하는 것이다. 그 만들어진 이미지 자체에 매몰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우리는 이들의 여행에 동참하면서 그의 주장이 어떻게 현실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관찰해볼 수 있다. 이어 드라이브를 나간 두 사람. 제임스는 “평범한 물건을 박물관에 갖다 놓아요. 그럼 당신은 사람들의 관점을 바꿔 놓는 거예요. 그건 물건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시각을 바꾸는 거죠. 시각이 가치를 바꾸는거예요. 저 사이프러스 나무를 봐요. 아름답죠. 개개의 나무가요. 어떤 나무도 같은 게 없잖아요. 오래된 나무죠. 어떤 것 들은 키가 크고, 어떤 것은 천년이나 묵었죠. 독창성, 아름다움, 나이, 기능 면에서 바로 예술 작품이잖아요. 단지 나무는 갤러리에 있지 않고, 들판에 있을 뿐이죠. 그리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고요”라면서 자신은 ‘단순하게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한다.

당신의 오리지널은 어디에 있나요?
“그만 좀 해요. 말씀하시는 게 책으로 쓰 기에는 좋지만, 현실이랑 들어맞지 않거든 요. 현실 속에 살아보세요. 빌어먹게 힘들 거든요.” 엘르가 보기에 제임스는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르고 자기중심적인 남자 다. 그녀는 혼자서 사사건건 속을 뒤집는 아들을 데리고 생활의 무게를 견뎌내기가 벅차기만 하다. 그런 그녀에게 제임스 밀 러의 똑 부러지는 논리가 와 닿지도 않고, 그저 ‘개똥철학’처럼 느껴진다. 자신의 말에 공감해주기는커녕 바른말만 해대는 ‘똑똑한 제임스’에게 울컥한 그녀 는 분위기를 바꾸려고 서둘러 그를 데리 고 한 박물관 그림 앞으로 안내한다. 큐레 이터가 “이 그림은 오랫동안 로마시대 진 품으로 믿어졌죠. 겨우 20세기가 되어서 야 나폴리 출신 위조 작가의 복제품이라 는 게 드러났죠. 하지만 박물관은 이 멋진 초상화를 진품으로 간직하기로 결정했습 니다”라고 설명한다. 그런데 제임스는 “사람들이 원작에 대해 선 별로 말하지 않는 게 흥미롭지 않아 요?”라고 엘르에게 묻는다. 그것이 왜 궁 금하냐는 듯 그녀의 대답은 시큰둥하다. “저 그림의 원작 자체도 정말 아름다웠던 여인에 대한 재생산이죠. 그녀가 바로 원 작이에요. <모나리자의 미소>가 오리지널 이라고 생각해요?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그런 미소를 부탁했을까요?”라고 되묻는 제임스. “그럼 당신은 오리지널이란 없다 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건 아니고, 오리 지널은 많이 있지요.” 급기야 엘르가 “어 디에요? 그래서 당신의 오리지널은 어디 에 있나요?”라고 맞받아친다. 만약 우리 가 이와 같은 질문을 받는다면, 무엇이라 대답할 수 있을까? 나의 ‘원조, 진짜, 원래 모습’이란 도대체 어디에 있을까?

제 이야기 같은 걸요
두 남녀의 이야기가 공기 중에 부유한다. 이리저리 떠다니다 잠시 커피숍에서 쉬기 로 한다. 엘르가 책에 대한 구상을 어떻게 했는지 묻는다. 그가 플로렌스에서 ‘어느 엄마와 아들의 대화’를 목격하면서 시작 했다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엘르 가 눈물을 흘린다. “제 이야기 같은 걸요” 여기서 반전이 이루어졌는지 경계가 분명 하지는 않다. 하지만 이 지점 어딘가에서 물과 기름처럼 섞이지 않던 두 사람이 진 짜 부부인양 연기를 시작한다. 진지하게 연기에 빠져드는 두 사람을 보 면서 ‘원래 진짜 부부인데 처음 만난 사람 들처럼 군건가?’ ‘진짜 이야기가 뭐지?’ 잠 시 헷갈린다. 영화는 무엇이 진짜라고 가 르쳐주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타 인의 이야기를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점이다. 감정적 차원에서 동일화가 이루어진 순간, 즉 남의 이야기를 복제함 으로써 나의 이야기에 어떤 변화가 일렁 인다. 이것이 이야기를 즐기는 방식이다. 인간이란 스스로 감정을 만들어낼 수 있 다. 실제 느꼈던 감정(자연적 감정)보다, 감 정에 빠진 나 자신에 몰입하면서 다른 감 정까지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실제 어떤 사건에 대해서 그 정도까지 화가 나지 않 았는데, 누군가에게 표현하면서 화가 증 폭되는 경험을 해본 적 없는가? 그리고 거 기에 몰입하다 보면 그 감정을 실제라고 받아들이는 일, 그것이 ‘연기’이다. 제임스가 교회 계단에 앉아서 엘르에게 상처준 일에 대해 “잘못했다”고 말한다. 역할극에 몰입하면서 반성이 일어난 것이 다. 연기는 가상세계를 만들어내는 일이 다. 분명 가짜인데 거기서 자기를 비추는 거울을 발견한다.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 는 장치로서의 연극이 의미심장하다. 영 화의 몇몇 장면에서 거울이나 창문을 통 해 주인공이 보지 못하는 배경을 비춰주 는 장면들을 발견할 수 있다. 예술이란 우 리가 포착할 수 없는 현상의 이면을 비추 는 거울과 같다. 관계란 그 자체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 니라, 언제나 흘러가며 변화한다. 감독은 영화를 통해 인간 의지에 따라 변화하는 관계의 진실성을 들여다본다. 진짜가 아 닌 걸 알면서도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는 일이 무의미해지도록 만든다. 마지막 장면, 제임스가 거울 속 자신을 응 시할 때 마치 “이제 집에 돌아갈 시간이 다” “연극은 끝났다”라는 신호처럼 교회 종소리가 울린다.

한창욱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전문사과정 수료. 현 숭례문학당에서 영화 관련 강의와 모임 운영 및 저술 활동 중. 공저로 『책으로 다시 살다』, 『당신은 가고 나는 여기』, 『이젠, 함께 쓰기다』, 『스탠리 큐브릭』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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