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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틈새, 애달픈 줄다리기
작성자 김문영 작성일시 2017-10-26 16:37:39.0 조회수 118 연월 201710




가족이라는 틈새,
애달픈 줄다리기

취재 글 김문영




어쩌면 인생은 틈새의 연속일지 모른다. 나와 너, 가족과 사회, 국가 간의 첨예한 간극들. 그 틈에서 벌어지는 불협화음을 견디기란 쉽지 않다. 그럴 때 “우리는 하나다. 화합을 이루자!”는 구호는 더욱 강렬해진다. 올해의 걸작으로 꼽히는 마렌 아데 각본/감독의 독일영화 <토니 에드만>은 아버지와 딸의 메울 수 없는 간극과 애달픈 줄다리기를 독특한 시각으로 빚어냈다. 숭례문학당 영화토론모임의 한창욱 강사와 함께 영화로 인생 공부하기 열 번째 이야기를 감상해보자.

줄거리 빈프리트에게 가족과 다름없는 애완견 빌리가 병들어 죽었다. 그날로 빈프리트는 루마니아의 수도 부쿠레슈티에서 일하는 딸 이네스를 만나러 무작정 떠난다. 그러나 중요한 사업을 진행 중인 딸과 시간을 보내기가 쉽지 않다. 일에 집중해야 하는 이네스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방문이 달갑지 않다. 아버지는 냉랭한 딸의 태도가 서운해도 같이 있으려고 애쓰지만, 그럴수록 더욱 삐거덕거린다.
아버지가 집으로 돌아간 날 저녁, 이네스는 사교모임에서 ‘아버지 때문에 최악의 날을 보냈다’고 뒷담화를 하는데…. 그 자리에 아버지가 우스꽝스러운 가발에 틀니를 끼고 불쑥 나타난다. 그는 당황해하는 딸을 모른 척하며 자신을 ‘토니 에드만’이라고 소개한다. 그때부터 아버지는 ‘토니 에드만’으로 변장하고 이네스 곁을 맴돈다. 뻑뻑하게 사는 딸이 안타까운 아버지는 딸에게 다가가려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하고, 엉뚱한 일을 저지른다. 하지만 이네스는 그런 돌발행동에 화가 나고, 어이없고, 답답하면서도 미안하다. 그렇게 부녀는 서로의 간극을 메울 수가 없는데….

★★★★★
 

영화는 독일사회의 세대 갈등뿐만 아니라, 개인과 가족 일상사에 녹아든 신자유주의와 국제화 논리에 대한 갈등을 섬세하게 묘사했다. 섣부르게 갈등을 넘어서 하나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고, 현실감 넘치는 부녀 이야기를 통해 서로 다르기 때문에 생기는
‘간극, 틈새’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시선이 유쾌하면서도 묘한 슬픔으로 다가온다. 나와 다른 타인의 삶을 일반화하거나 단순하게 취급하는 우를 범하지 않으면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부부가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면 좋을 성인영화(청소년관람불가)로 추천한다.

수양딸을 고용했다
빈프리트는 짓궂은 장난과 농담을 즐기고, 난해한 변장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등 엉뚱한 면이 많지만, 유머를 잃지 않고 살아온 남다른 흔적으로 보인다. 그의 집에는 늙고 병들어 눈까지 먼 애완견 빌리가 기력 없이 누워있다. 독립한 딸 이네스와는 오랜만에 만나도 서먹하기만 하다. 어쩌다 집에 와도 종일 휴대폰을 놓지 못하는 딸을 보는 아버지의 마음이 심란하다. 자주 못 보는 딸에게 “수양딸을 고용했다”는 농담으로 섭섭한 마음을 내비치지만, 전혀 통하지 않는다. 그리고 오늘내일하던 빌리가 죽자, 그는 딸이 있는 루마니아의 부쿠레슈티로 무작정 떠난다. 하지만 바쁜 딸을 하염없이 기다려야 하고, 사업상 열린 행사파티에 동행해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마냥 겉도는 신세다. 딸은 내심 아버지가 빨리 돌아가 주기만 바라는 눈치다. 이네스에게 중요한 고객인 하네베르크 사장의 제안으로 술자리까지 동석한 아버지는 서서히 딸이 살아가는 세상을 들여다보게 된다.

국제적 관점, 별로 안 좋아합니다

사장 부부와 다른 비즈니스맨도 함께 한 자리는 루마니아 사회, 경제, 기업 문화에 대한 화두로 달궈진다. 루마니아의 젊은 세대에 대한 이야기가 전개되면서 이네스가 “거의 모두가 외국에서 석사학위를 받았고 여러 외국어도 가능하고 매우 적극적이에요. 대부분 국제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어요. 좋은 거죠” 하자, 한 동석자가 “하지만 그들은 루마니아를 이해 못해요”라며 “타 계층에 비해 빠르게 적응해서 더 이상 이 나라에 머무르려 하지 않죠. 솔직히 저는 국제적 관점을 별로 안 좋아합니다”라며 이견을 드러낸다.
발끈한 이네스는 “제 말씀은 지식이 본래 국제적이라는 겁니다”라며 대응한다. 그러다 자신이 현재 ‘아웃소싱에 대한 가치를 평가하는 중’이라는 말을 꺼내 분위기가 냉각된다. 불쾌해진 하네베르크 사장이 “우리에게 아웃소싱은 최후의 방안”이라며, 행사파티에서 들었던 빈프리트의 “친딸 말고 수양딸을 들였다”는 농담을 꺼내 교묘하게 이네스를 공격하고 자리를 뜬다.
아버지가 “아웃소싱이 뭐냐?”고 묻는다.
“어떤 회사가 다른 회사에 일을 넘겨줄 때 석유산업시설 유지보수를 다른 기업에 하청 주는 거예요” “근데 뭐 잘못한 게 있었나?” “그는 우리가 아웃소싱의 명분을 주길 기대하죠. 자기가 책임지는 걸 원하지 않아요. 그래서 우리가 필요한 거고” “무슨 책임을 져야 하는데?” “아빠, 이건 수백 명의 직원들을 재배치하고 나중에 해고하는 과정이에요. 인기 없는 결정일 수밖에 없어요. 비난의 화살을 돌릴 다른 누군가가 필요한 거죠.” 설명을 끝낸 딸은 결국 “얼마나 더 계실 거예요?”라고 묻는다. 아버지는 “한 달 정도…”라며 씁쓸한 웃음을 짓고 만다.

행복이라니 무슨 뜻이에요?
경영컨설턴트로서 냉철한 이익관계를 추구하는 이네스의 태도가 일상생활에도 녹아있음을 지켜본 아버지가 질문한다.“여기서 행복하게 살고 있니?” “행복이라니 무슨 뜻이에요? 굉장히 센 단어네요” “인생을 좀 즐기기도 하느냔 말이야” “많은 개념들이 나오네요, 재미, 행복, 인생… 아빠 생각엔 우리가 뭣 때문에 사는 거 같아요? 거대 주제를 논하고 싶으신가요?” “그냥 네가 어떻게 지내는지 알고 싶었어” 이렇게 대화는 계속 평행선을 달리며 접점을 찾지 못한다.
아버지로서 딸에게 다가갈 수 없음을 깨달은 빈프리트는 우스꽝스러운 ‘토니 에드만’으로 변신하여 그녀 주위를 맴돈다. 그런 토니로 인해 이네스의 생활에 동요가 일어난다. 급기야 미국대사관 행세를 하는 토니에게 이끌려 가짜 비서 역까지 맡은 이네스, 낯선 집에서 부활란 장식체험까지 한다. 얼른 그 자리를 빠져나오려는데, 토니는 가족에게 감사의 뜻으로 “제 비서가 노래를 하나 부르겠습니다. 박수 부탁해요” 하더니 피아노 앞에 앉는 것이다. 아버지를 노려보던 딸은,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휘트니 휴스턴의 ‘가장 위대한 사랑(The Greatest Love of All)’을 부른다. 출중한 실력에 아버지도 짐짓 놀라고, 그녀는 열창으로 마무리한다. 이 장면에서 이네스에게 어떤 변화의 조짐이 엿보이는 듯하다.

가끔씩 앉아서 기억을 떠올리는 거야
다음 장면, 회사 팀워크를 다질 겸 홈 파티를 준비한 이네스가 꽉 끼는 원피스를 입고 영 불편하여 벗어 던지는 중에 초인종이 울린다. 옷을 갈아입을 새도 없이 다급한 상황에서 이번에도 에라 모르겠다하고 알몸으로 나가 손님을 맞는다. 얼떨결에 누드파티가 집들이 콘셉트로 뒤바뀐다. 평소 그녀에게 있을 수 없는 일탈이지만, 꽉 낀 원피스처럼 자신을 옥죄었던 가면을 집어던지듯 약간 홀가분해 보인다. 그때 아버지가 거대한 털북숭이 의상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뒤집어쓰고 손에 꽃다발을 들고 왔다. 벌거숭이 딸과 털북숭이 아버지가 묘한 대비를 이룬다. 이내 아버지가 돌아가자 딸이 그 뒤를 쫓아가 안타깝게 포옹한다. 그 순간 부녀의 화합은 진정 이루어졌을까?
할머니 장례식에서 다시 만난 두 사람, 먼저 아버지가 못다 한 말을 꺼낸다. “인생은 그냥 지나가고 말아. 순간을 놓치지 않으려면 가끔씩 앉아서 기억을 떠올리는 거야.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깨닫는 수밖에 없단다. 바로 그 순간에는 불가능해.” 이네스는 대답 대신 아버지 셔츠 주머니에서 틀니를 꺼내 자기 이에 끼우고, 할머니의 모자를 쓴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카메라에 담겠다며 장면 밖으로 사라지고, 혼자 남은 이네스는 틀니를 빼고 체념한 듯 무심한 표정으로 돌아간다. 아버지의 대사가 영화의 주제라면 딸도 환한 웃음을 지으며 기념사진까지 찍고 끝났어야 하지만, 영화는 텅 빈 여운을 남긴 채 끝난다.
우리가 바라는 화합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잠시 서로의 입장이 되어볼 수 있지만, 완전한 ‘하나 됨’은 불가능하다. 우리는 서로의 다름이 불편할 때 자꾸 경계선을 지우려고 애쓴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하지 않는 화합의 시도는 무모하고 심지어 위험하다. 타인은 언제나 나를 비껴간다. 그걸 인정한다고 세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니다.


 

한창욱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상이론과 전문사과정 수료. 현 숭례문학당에서 영화 관련 강의와 모임 운영 및 저술 활동 중. 공저로 『책으로 다시 살다』, 『당신은 가고 나는 여기』, 『이젠, 함께 쓰기다』, 『스탠리 큐브릭』 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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