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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려움 없는 사랑으로
작성자 김문영 작성일시 2017-07-27 16:35:16.0 조회수 177 연월 201707




두려움 없는 사랑으로

글 김문영

 



1995년 세계보건기구가 국제알츠하이머협회와 함께 9월 21일을 ‘세계 치매의 날’로 제정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1년 제정된 치매관리법에 의해 이날을 ‘치매 극복의 날’로 정하고, 해마다 치매 예방과 관리, 극복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행사를 갖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으로 내걸었는데, 고령화사회에서 치매가 더는 ‘개별 가정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할 과제’로 떠올랐음을 증명합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노년층 건강 정보 이용 현황 조사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인 10명 중 4명이 암이나 뇌졸중보다 치매에 걸리는 것이 더 두렵다’고 응답했답니다. 대중 매체를 통해 치매 환자의 가정이 파탄 나거나 가족이나 환자가 자살하는 등 부정적인 뉴스를 자주 접해서 그럴까요? 많은 어르신이 ‘치매에 걸리느니 차라리 빨리 죽는 게 낫다’라고 하십니다. 이유가 뭘까요? 요즘 미디어 중독으로 젊은 치매가 늘고 있으니 노인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입니다.
환자 자신의 인생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자신이 사라진다는 공포, 간단한 일상생활조차 남의 손에 맡기면서 인간적 존엄을 지킬 수 없다는 수치와 불안, 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얼굴들, 그 이름을 다시 부르지 못할 것이라는 상실감이 죽음보다 더 두려운 것입니다. 게다가 아직 우리 사회는 치매에 대한 성숙한 인식이 부족해 사회문화적 편견이나 혐오 현상마저 심각해서 환자와 가족을 절망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물리학자 에른스트 마흐의 “우리의 운동 상태가 오직 다른 어떤 존재의 운동 상태에 의해서만 결정된다”는 주장대로라면, ‘나’는 나와 다른 ‘너’에 의해서만 이해되어야 할 것입니다. 네가 거기 있기에 내가 여기 있는 것이지, 네가 없다면 나의 있음을 굳이 설명할 이유가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수많은 당신들로 인해 살아갑니다. 인간 역사가 수많은 나와 네가 지나온 기억을 함께 나누고 지탱하면서, 흐르는 시
간을 견뎌내는 것은 아닐는지요. 가족의 역사도 생각해보면 서로의 기억에 기대어 사는 일입니다.

한 마을에서는 일부 어르신들이 누가 말하지 않아도 오며 가며 치매 환자와 보호자를 돌아보고 격려했습니다. 몸에 좋은 식재료가 생기면 챙겨주고, 손수 밑반찬이나 죽을 만들어 갖다 주고, 보호자가 볼일이 있어 집을 비워야 하면 잠시 환자를 지켜봐주기도 했습니다. 그런 작은 배려와 관심에 환자와 보호자는 ‘사랑받고 있다’고 느꼈고, 감사하면서 씩씩하게 투병 생활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치매를 예방하고, 관리하고 치료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치매에 대한 두려움과 혐오를 먼저 거두어 내야겠습니다. 치매로 인해 불행하기보다, 치매로 인해 더욱 간절히 아끼고 사랑할 수는 없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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