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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지키러 온 잡초
작성자 김문영 작성일시 2017-07-27 16:10:34.0 조회수 161 연월 201707




지구를 지키러 온 잡초

고진하, 권포근 | 한국잡초요리연구소 대표
취재 글 김문영 / 사진 김승범

‘이름 모를 잡초’는 ‘생활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풀’ ‘작물의 생장을 방해하고 병균과 벌레의 서식처 또는 번식처’ ‘작물의 종자에 섞이면 작물의 품질을 저하 시키고, 가꾸지 않아도 저절로 자라는 풀’에 불과했다. 인간은 이런 아무짝에 쓸모없는 잡초 죽이기에 매진하면서 ‘유전자조작식품(Genetically ModifiedOrganism, 이하 GMO)’을 만들기에 이른다.

강력한 독성을 지닌 제초제 폐기장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은 박테리아의 유전자를 작물 씨앗에 삽입하여 제초제를 뿌려도 죽지 않는 GMO가 만들어졌다. 1994년 최초로 GMO 농산물 ‘넙치의 유전자를 넣은 무르지 않는 토마토’가 나왔고, 이어 ‘개구리 유전자 콩, 뱀과 원숭이 유전자 옥수수 등’이 상품화되었다. GMO는 제초제를 흡수해도 죽지 않고 자라서 이를 섭취한 동물이나 인간의 몸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식용 GMO 수입국 1위임에도 불구하고 ‘GMO 완전표시제’를 거부하며 세계 최초로 유전자조작 벼의 재배와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는 현실이다.

잡초 잡겠다고 이 지경에 이른 오늘날, 잡초와 더불어 건강하게 살아가는 부부의 이야기가 신선하다. 담박한 잡초 요리책 『잡초 레시피』 『잡초 치유 밥상』의저자, 고진하 시인과 권포근 잡초 요리연구가는 “잡초는 지구를 지키기 위해 왔다”라며 그 진면목을 요리로 끌어올리는데 힘쓴다. “몸을 낮추어야 뜯을 수 있는 잡초와 함께 살면서 마음을 짓누르는 탐욕이 사라지고, 그의 생명력을 넉넉하게 얻는다”는 부부의 ‘불편해도 행복한 집, 불편당(不便堂)’을 찾았다.

흔치 않은 것을 구하는 그대에게
몇 해 전 낡은 한옥으로 이사 와서 ‘이왕 불편한 거 즐기며 살자’고 대문에 ‘불편당’이라는 현판을 달았다. 집 주변에는 어디서 왔는지 ‘꽃다지, 수영, 고마리, 개망초, 질경이, 쇠비름, 토끼풀, 왕고들빼기, 우슬초 등’ 온갖 잡초가 자랐고, 그들을 벗 삼아 지내며 몸과 마음이 놀랍도록 건강해졌다. 그야말로 우리 가족에게 잡초는 하늘이 선물로 주신 ‘천상의 음식’이다. 어느 날, 집에 온 손님들과 잡초 비빔밥을 나눠 먹다 “진정 귀한 것은 누구나 값없이 누린다”는 감동이 일었다. 이토록 마음껏 뜯어 먹을 수 있는 잡초처럼 하나님은 귀한 것을 흔하게 만드셨다. 그러나 많은 이가 흔치 않은 것을 구하니 문제가 생기고, 다툼과 경쟁이 끊이지 않는다. 흔하게 널린 잡초를 보면서 ‘식량 위기에 처한 인류의 희망이 여기 있는데, 사람들이 귀한 것을 모르는구나!’ 안타깝기만 하다.
독일은 이미 잡초 하나에서부터 야생식물에 관한 연구를 끝내고 정부가 나서서 잡초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밭과 밭 사이 5m 안에 잡초와 미생물, 벌레가 살도록 땅을 보존하는 농부에게 적절한 보상을 해준다는 것이다. 반면 우리나라는 대학교에 잡초학과가 있어도 ‘잡초 제거학’에 불과하고, 여전히 잡초의 가치를 등한시하며 돈벌이가 되는 GMO 소비량을 늘리고 있다. 소비자 역시 사시사철 대형마트로 쏟아져 들어오는 농산물을 구할 수 있으니 굳이 잡초까지 뜯어 먹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그러나 잡초는 아무리 척박해도 햇볕과 바람과 흙의 기운을 흠뻑 빨아들이면서 자라기 때문에 약성이 뛰어나 놓칠 수 없는 식재료다.


미세먼지와 중금속, 알코올, 농약 해독제로 좋은 괭이밥 샐러드 & 갈대차 © 권포근 고진하『잡초치유밥상』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괭이밥
5월부터 가을까지 나오는 괭이밥은 우리 집 뜰에도 많이 자라는데, 어마어마한 해독 작용을 한다. 요즘 극심한 미세먼지, 중금속 해독제로도 그만이다. 괭이밥은 신기하게 사람이 살지 않는 곳에는 나지 않는다. 사람이 살다가 떠난 집이 폐가가 되면 2, 3년 안에 괭이밥도 사라진다. 참으로 알 수 없는 신비다. 달맞이꽃은 달이 그리워 달밤에 핀다지만, 괭이밥은 사람이 그리워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풀인 모양이다.
옛날 쥐약 먹은 쥐를 잡아먹고 고양이가 죽는 일이 잦았다. 그런데 쥐약 먹은 쥐를 먹고도 살아난 고양이가 있었는데, 어찐 된 일일까? 고양이는 몸에 독이 퍼지자 몸부림을 치면서 어딘가를 향해 달려갔다. 거기서 어떤 풀을 뜯어 먹고, 토하고 쓰러져 자다가 다시 일어나기를 2, 3일 반복하더니 멀쩡하게 살아났다. 그래서 그 풀을 고양이의 준말인 ‘괭이’ 밥이라 불렀다는 이야기다.
말라리아를 박멸하는 ‘키니네’는 어떻게 발견했을까? 밀림 속 원숭이가 말라리아 모기에게 물렸을 때 뜯어먹는 풀 속에 키니네가 있었다. 돼지나 사슴이나 호랑이, 사자까지도 몸에 탈이 나거나 잘못 먹고 체하면 뜯어먹는 풀이 있다. 그들은 몸속에 ‘의료 지혜’를 간직하고 있어서 아프면 자기 몸을 보살피는 풀을 찾아내는데, 오늘날 사람만 병원에 의지하고 있다.
잡초들은 야생에서 살아남기 위해 피토케미칼(phytochemical)이라는 화학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우리 몸에 들어오면 면역성을 길러주고 항암에 효력이 있다. 우리 부부는 “집에서 죽자”라는 말을 가끔 한다. 혹여 불치병에 걸려도 집 마당에 널린 잡초로 치유하고 생명력을 구하며 평화롭게 살다가 돌아가자는 것이다.
하나님께서 이미 지구 위에 생기는 온갖 병을 치료할 약을 마련해주셨다. 어떤 집에 필요한 약은 그 집 주위에 다 있다. 어떤 학자는 우리가 집 주위에 자라는 잡초 스무 가지만 알고 먹어도 거의 모든 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할 수 있다고 한다.


잡초꽃샐러드 © 권포근 고진하 『잡초치유밥상』

삶이 버거울 때 ‘잡초’를 보라
자연이 주는 맛의 세계로 들어가면 사고가 단순해지고, 바짝 졸였던 마음이 풀리면서 넉넉한 사람이 되어간다. 우리 몸이 성전이라고 생각한다면 몸을 함부로 대하겠는가? 왜 그렇게 몸을 못살게 굴어 건강도 망치고 인격도 망치고 삶을 망치는가?
우리는 아무거나 먹지 않으려고 한다. 일상의 성화가 우리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기 때문이다. 2주 만에 한 번씩 집에 오는 딸은 아내의 잡초요리를 먹고 나면 몸이 시원하다며 잡초를 한 보따리 뜯어 간다. 직장에서 회식이 많은 아들이 집에 오면, 구수한 숭늉 맛이 일품인 마른 갈대를 노릇하게 볶은 후 불순물을 제거하고, 차로 끓여 마시게 한다. 자갈이 깔린 개울의 갈대는 중금속 오염, 농약, 화학물질, 방사능 독을 푸는 데 효과가 있고, 이뇨 작용을 하며 가슴이 답답하고 목이 마른 증세에 좋다고 한다.
이처럼 건강한 먹거리가 곁에 있는데, 어떻게 해야 사람들에게 더 알릴 수 있을까? 어떨 때는 잠이 다 안 오지만, 부지런히 잡초 요리를 개발하고 소개하려 한다. 우리 힘으로 세상을 바꾸지는 못해도 하루하루 누군가의 밥상이 약상이 되도록 돕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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