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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 입은 공동체의 회복탄력성
작성자 강화영 작성일시 2017-03-28 12:04:08.0 조회수 418 연월 201703



 

상처 입은 공동체의 회복탄력성

서정기 | 회복적 정의 평화배움연구소 에듀피스 대표
취재 글 강화영 / 사진 김승범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집단이나 개인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 평화롭게 해결하고 성장의 기회로 삼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에듀피스 서정기 대표는 공동체가 뿌리 깊은 해악과 갈등 앞에서 무너지지 않고 새롭게 관계를 회복하려면, 회복적 정의를 통해 ‘회복탄력성’을 길러야 한다고 말한다. 갈등과 상처를 성숙한 사회 변화의 동력으로 전환하는 회복탄력성을 알아보자.

상처를 전환하는 힘
진정한 회복은 사건과 상처를 받아들이고 새로 의미를 부여하며, 공동체 속에서 다시 관계를 회복하는 모든 과정이다. 이때 회복탄력성이란 우리 안에 어려움이 생겼을 때 견디고 이겨내는 힘, 기술, 태도라고 볼 수 있다. 환경과 가치관이 급변하는 시대, 우리 공동체는 반드시 이런 역량이 필요하다. 온전한 평화와 정의의 회복은 개인의 문제로 국한할 수 없고, 정서적, 사회적, 문화적 필요가 골고루 채워져 모든 관계가 회복되어야 가능하다. 즉 공동체가 갈등을 다루고 돌보고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이 있을 때 건강하게 생존할 수 있는데, 무엇보다 공동체가 응보적 정의에서 회복적 정의로 눈돌리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가해자에게 피해자와 똑같은 고통을 줘서 대가를 치르게 하는 사회는 하향 평준화로 내려갈 수밖에 없다. 회복적 정의는 피해를 회복함으로써 상향 평준화되는 사회를 지향한다. 갈등을 해결할 때 공동체가 회복적 정의를 선택하는 의지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은 어려움을 함께 해결하고 상처를 치유해가는 경험을 쌓을 때 자란다. 특히 공동체의 깊은 상처, 즉 트라우마를 회복하는 과정이 매우 중요하다. 트라우마를 전환하지 못하면 또 다른 상처로 왜곡된다. 국가적 어려움과 갈등이 공동체를 위태롭게 해도 회복적 정의를 기반으로 트라우마를 회복할 때, 피해에 적절하게 대응할 수 있고 상처를 회복하며 정의를 바로 세울 수 있다.

공동체 트라우마 치유 3단계

벗어나기
공동체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려면,상처가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공동체의 이해와 약속, 돌봄이 필요하다. 그런 안전한 환경이 확보될 때 ‘건강한 생존’ 의지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비난, 복수 등 응보적 방식의 대응보다 회복적 방식으로 풀겠다는 공동체의 선택과 이를 독려할 리더십이 중요하다. 지도자의 리더십에 따라 개인과 집단의 치유를 도울 수도, 폭력의 악순환에 가둬버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9.11 테러 당시 부시 대통령은 탈레반에 전쟁을 선포해 미국 전역이 무슬림을 향한 멸시와 모욕, 폭행을 자행했다. 반면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만델라 대통령과 투투 신부는 인종차별정책의 비극을 딛고 공존을 선택해, 국가 전체가 어두운 과거를 화해와 용서로 풀어 평화를 얻었다.

인정하기
회복을 위해 공동체가 함께 겪은 고통을 인정한다.
첫째, ‘의식, 의례(ritual)’를 통해 슬퍼하고 애도하기-사건 자체에 얽매이지 않고, 개인과 공동체의 치유 과정을 함께 돌아봄. 둘째, 상실을 수용하기 위해 이야기(사건)의 의미를 재해석하고 나누기(storytelling). 셋째, 사건의 기억을 억지로 지우지 않고 기념하기-같은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함.
넷째, 상대편(적, 가해자)에게도 다른 이야기가 있다고 인정하기로 트라우마를 자각하고 건강하게 직면할 수 있다.
상대편의 이야기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오늘의 가해자는 종종 어제의 피해자’이며 ‘모든 폭력적 행동의 이면에는 치유되지 못한 상처가 있다’라고 진심으로 이해할 때 공동체의 회복탄력성은 성장한다.

다시 연결하기
삶을 상호의존적인 관계로 이해하고 다시 공동체의 관계를 연결하는 단계다.
첫째, 공동체가 함께 문제의 당사자들을 마주하는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단하기-잘못을 덮는 것이 아님.
둘째, 보복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공존하기 위해 용서하기-피해자와 가해자 모두의 회복을 위한 인내의 여정.
셋째, 지속적으로 한 공동체로 연결되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회복적 정의를 확립하기-피해자, 가해자 모두가 정의를 이루기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일 것인지 합의하는 과정을 거치며 공동체는 무너진 관계를 회복해갈 수 있다.

갈등을 전환의 기회로 만들자
갈등은 삶의 일부다. 최근 강조되는 ‘갈등 전환론’에서 갈등은 모순과 고통을 드러내는 변화의 동력으로 본다. 갈등을 전환의 기회로 삼으려면 갈등을 정확히 이해하고 문제의 근원을 찾아 재발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갈등은 드러난 현상만으로 파악이 어렵고, 다양한 원인과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해결이 꽤 길어지는 경우도 숱하다.
진정한 갈등 해결은 우리가 함께 살아갈 지점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당사자들이 갈등으로 인한 문제에 공감하고 소통하고 해법을 찾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사건의 발생 원인과 어려움, 해결 방법, 재발 방지 방안을 나누며 충분히 소통하고 풀어야 평화로운 갈등 해결이 가능하다.

우리가 회복적
정의를 바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회복적 실천가’가 될 때 우리 사회는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해악을 회복적 관점에서 바라보자
또한, 평화로운 갈등 해결을 위해 갈등으로 생긴 해악, 누군가의 상처와 고통을 살펴야 한다. 갈등의 피해와 그로 인한 고통을 해결하고 회복하여 공동체가 공존하는 데에 초점을 둔다.
한 교실의 도난사건을 예로 들면 응보적 관점에서 해결의 목표는 ‘범인을 잡는 것’이다. 오랜 시간 범인이 안 잡히면 아이들끼리 불신하며 소문이 돌면서, 싸움이 발생하고 갈등은 깊어진다. 그래도 범인이 안 나타나면 피해 학생을 원망하기 시작한다. 피해를 보고도 교실의 평화를 깬 원인 제공자로 눈총을 받고, 이를 신속히 해결하지 못한 교사까지 손가락질당한다. 이쯤 되면 범인이 밝혀져도 문제, 안 밝혀져도 문제다. 드러난 범인은 왕따가 될 것이고, 안 드러나면 공동체의 불신은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질 것이다. ‘범인 찾기’에 급급해 공동체의 문제를 외면한 결과 해결점이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회복적 관점으로 이 문제를 바라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 우리 안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건이 없어진 다음부터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그래서 어떻게 하면 좋을지, 피해자는 어떤지, 우리는 무엇이 가장 힘들고 속상한지, 앞으로 이런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소통하면서 예방을 약속하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피해자의 고통을 존중하고 가해자에게 스스로 책임질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평화로운 화해를 이뤄간다.

평화로 가는 힘은 우리 안에 있다
우리 사회가 국정농단을 겪으면서 평화롭게 갈등을 해결하는 힘이 우리 안에 있음을 잘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촛불을 들고 광장에서 소통하고 발전적인 대안을 모색하는 것은 응보와 폭력이 진정한 해결과 회복이 아닌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평화교육이나 갈등해결교육, 회복적 정의 교육 등을 통해 평화롭게 공존할 역량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가 회복적 정의를 바탕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회복적 실천가’가 될 때 우리 사회의 회복탄력성이 높아지고 정의롭고 평화로운 공동체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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