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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남매의 든든한 나무 행복한 아버지 탤런트 이한수
작성자 송현영 작성일시 2010-11-25 19:10:53.0 조회수 4498 연월 201011


4남매의 든든한 나무

행복한 아버지 탤런트 이한수




순박한 미소로 푸근한 연기를 펼치는 탤런트 이한수 씨, 그의 뒤에는 언제나 긍정적이고 활달한 아내 권향숙 씨와 아버지를 최고로 아는 에스더, 팔복, 옥토, 제일 네 자녀들의 응원이 있다. 남다른 성실함으로 무대에서는 연기열정을 불태우고 가정에서는 친구 같은 아버지로 다복한 인생을 누려왔다는 이한수 씨 부부를 만나 이 보다 더 행복할 수 없다는 가족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취재 글 송현영(편집부) 사진 김기현(편집부)


사람다운 사람을 말하는 배우

효성스런 아들, 순진한 노총각, 우직한 농부, 자식 대신 희생하는 아버지 등 TV 드라마에서 주로 평범하지만 진실한 사람을 연기했던 이한수씨, 가까이 대하니 듬직한 체구에서 정말 마음씨 좋은 아저씨의 푸근함이 느껴졌다. 수줍음이 많아서 말 주변도 없다며 말끝을 흐리는데, 30년 넘게 연기한 배우의 묵직한 기품이 배어 나왔다.
근황을 묻자 요즘은 TV 활동보다 고교 선배이자 연기 선배인 임동진 목사와 함께 준비하는 성극 연습이 한창이라고 했다. 연극무대는 늘 재정이 어렵고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지만 함께 작업하는 배우들과의 끈끈한 유대, 생생하게 살아나는 인물들의 새로운 발견, 그리고 관객들과 소통하는 기쁨, 무대에서만큼은 언제나 넉넉한 부자가 된 기분이어서 한결 젊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대전, 울산, 창원 등 지방 공연과 미국 전역을 도는 순회공연을 준비하며 설레는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쑥스러워하면서도 임동진, 한인수, 송재호 등 선배 배우들과 연기했던 극단 작품과 공연일정을 설명하는 그의 두 눈에서 무척 맑은 빛이 났다.
연기자가 된 이유를 묻자 솔직한 대답을 했다.“ 다른 분들에 비하면 좀 부끄럽지만 대학에 진학하기가 쉽지 않아서 아버지께서 비교적 경쟁이 덜한 연극영화과에 지원하라고 하셨습니다. 남들 앞에서는 말도 못하는 성격이라서 연기를 한다는 것은 꿈도 못 꾸고 2학년 될 때까지 도망만 다녔습니다. 그러다가 2학년 때 학점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톤 체호프의「청혼」이란 작품을 맡아서, 순진한 시골청년‘모로프’를 연기했는데 학우들에게 대단한 인기를 얻었습니다. 캐릭터가 잘 맞았던 것이지요.”
그때부터 연극의 재미에 푹 빠져서 중앙대뿐만 아니라 타 대학 연극동 아리의 연기지도나 연출로 나설 만큼 열심히 했다고 한다.
“많은 분들께 도움을 받았지만 처음 절 주인공으로 발탁한 어린이 연속극「노래하는 아이들」의 작가 선생님이나 1982년 전국을 휩쓴 인기드라마「보통사람들」에 조연으로 발탁해「전설의 고향」등 TV 드라마의 발판을 마련해준 PD 최상식 선배, 성극에 함께 하는 임동진 선배는 정말 고마운 분들입니다.”아직도 어제 일 같이 기억하는 그의 얼굴에서 그간 TV드라마에서 사람 좋아 보이는 인물들을 연기한 것이 우연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돼지 아저씨’라고 놀렸던 아내
그 때 환한 얼굴에 미소를 가득 채운 아내 권영숙 씨가 인터뷰 장소로 들어왔다. 아직도 앳된 귀여움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인사하며 자리에 앉자마자“어머, 여보 왜 스웨터를 안 챙겨 입으셨어요?”하며 여러 벌의 의상을 들고 와서 남편의 얼굴과 비교해보며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기골이 장대해도 선한 눈웃음을 보이는 이한수 씨와 작고 야무져 보이는 아내 권향숙 씨, 두 사람의 첫 만남이 어떻게 이뤄졌는지 들어보았다.
“84년 봄에 드라마「보통 사람들」이 막 끝날 때인데 친구 집에서 자고 아침에 방송국에 가려고 아파트 앞에 서 있었습니다. 그런데 유치원 차가 섰어요. 차 안에 있던 여자 선생님이 아이들한테‘얘들아! 저 아저씨봐라. 참 뚱뚱하네. 우리 돼지 아저씨라고 불러주자! 하나, 둘, 셋, 돼지 아저씨!’하고 아이들과 일제히 소리치는 거예요. 너무 창피하고 화가 나서‘아니, 뭐 이런 여자가 다 있어!’하고 택시를 타고 와버렸어요.”그의 말에 아내 권향숙 씨가“저는 TV에서 매일 봤고 또 친근감이 들어서 장난친 건데, 막상 본인이 화를 내시니까 무척 미안했지요.”하면서 계속 마음에 걸려 방송국에 사과 편지라도 보내야 하나 하고 오랫동안 고민했다고 한다. 그런데, 6개월이 지난 어느 가을날, 강남의 한 백화점 소극장 앞에서 연극표를 팔고 있는 이한수 씨를 보자마자 반가운 마음에 얼른 달려가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는 또 한 번 당황했지만 소녀 같은 권향숙 씨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느닷없이 나타나서‘아저씨 저 알아보시겠어요. 지난봄에 유치원 버스 안에서 돼지 아저씨라고 불렀던…. 친근하게 느껴져서 그랬는데 정말 죄송했어요. 제 사과를 받아주세요!’하며 말을 거는데, 이렇게 명랑한 아가씨를 다시 만난 게 인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탤런트 김용림 선배님께 도움을 요청해서 공연 후에 벌이는 쫑파티 장소에 오라고 했습니다. 그런데 배우들이 다 먹을만큼 샐러드를 한가득 만들어서 가져 왔더라고요. 너무 예뻤어요. 그래서 그 뒤로 하자는 대로 다했습니다.”
연기 밖에 몰랐던 서른네 살 순박한 노총각이던 그는 그렇게 천진난만한 유치원 선생님과 아기자기한 가정을 꾸렸다.“ 우리 정말 잘 어울리지요? 우리 남편 같은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요. 옛날 동네에서는 아파트 골목길을 청소할 정도로 진짜 사람이 성실하고 순박하세요. 우리 아이들도 아버지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답니다.”생글생글 웃으며 아내 권향숙 씨가 아이들 이야기를 꺼냈다.


이름만큼 소중한 아이들

80년대‘둘만 낳아 잘 기르자’는 산아제한 가족 캠페인이 대세일 때, 이한수 씨는 1남 3녀를 둔 다복한 가장이 되었다. 연예인의 특성상 수입이 일정하지 않아 가장으로서 부담이 되었을 것도 같다고 하자 이한수 씨가“그 당시에 넷을 기른다는 것은 너무 벅찬 일이었지만 아내가 아기를 상당히 좋아해서 넷을 낳을 작정을 아예 한 것 같습니다. 셋째 딸과 넷째 딸은 5개월이나 지나서 알려주었어요. 그래서‘둘만 낳아 잘 기르자 할 때, 우리는 넷을 낳아 더 잘 기르자’하고 마음 먹었지요.”아내 권향숙 씨는“저는 전혀 힘들지 않았어요. 아이들 모두 기저귀도 다 빨아서 쓰고 이유식도 다양하게 만들고 너무너무 재미있었거든요. 둘만 낳고 보니 무척 허전했는데 예쁜 셋째 딸이 생겼지 뭐예요. 그러다가 기대하지 않던 넷째까지…. 잠이 안 올 정도로 좋았어요.”하며 즐겁게 그때를 떠올렸다. 아마 형편이 닿았으면 자녀를 더 낳을 수도 있었겠다. 가장인 이한수 씨는 어땠을까?“ 아이들이 넷이니까 과외도 못 시키고 학원에도 못 보내고 매일 놀이터에서 놀렸어요. 아내는 아예 선생님께‘우리 아이들은 공부 못 해도 되니까 성적으로 스트레스는 안 받게 해 달라’고 부탁까지 드렸거든요. 학교 가서 글 깨우친 애들은 그 동네에서 우리 애들밖에 없을 겁니다.”이한수 씨는 지금은 잘한 일이라 생각하지만 당시는 아버지로서 많이 미안했다고 한다.
그런데 자녀들 이름이 좀 독특하다. 스물여섯 큰 딸 에스더 양, 두 살 터울의 아들 팔복 군, 셋째 딸 옥토 양, 막내딸 제일 양, 모두 성경 속 이야기에서 이름을 따왔다. 장녀는 아름다운 왕비 에스더를 생각해서, 아들은 마태복음 속 예수의 산상수훈 팔복에서, 셋째 딸은 열매를 많이 맺는 좋은 밭 옥토에서 영감을 받아서, 넷째 딸은 믿음, 소망, 사랑 중에 제일이 되라고 지은 이름이다. 사실 이한수 씨는 호적을 올릴 때, 자녀들이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을까봐 많이 고민했다고 한다. 하지만‘이름대로, 아니 이름보다 더 뛰어난 사람이 되어라’하는 마음으로 호적을 올렸다고 한다. 정말 부모의 소원대로 네 자녀들은 밝고 건강하게 자라났다.
“사실 아버지가 조연을 주로 맡다보니 가끔은 친구들 보기에도 아쉬운 점이 있을 만도 한데 한 번도 아버지한테 그런 내색한 적이 없었어요. 집안 형편 생각해서 국가고시 트레이너 1급 자격증을 따서 유학비를 준비한 에스더나, 군 입대 전까지 떡집 아르바이트로 비용을 마련해 막내 동생을 데리고 일본 여행을 다녀온 팔복이나 더할 나위 없이 흐뭇하기만 합니다.”아이들이 이젠 든든한 재산이자 자랑이다.


고통도 함께 기쁨도 함께
하지만 어려움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유난히 어릴 때부터 감수성이 예민하고 두드러진 발명 감각을 보여‘발명영재’로 뽑히기까지 했던 맏아들 팔복 군의 질풍노도 같은 사춘기 이야기는 지금도 부부로서 쉽지 않은 시간을 보냈음을 짐작케 한다.
“중학교 들어가서부터 갑자기 팔복이가 안 하던 행동을 하는 거예요. 옥상에 올라가서 소리를 지르지 않나, 밤 12시에 가출소동을 벌여서 식구들이 말리고, 자꾸 방안에서 문을 잠그고 소리를 질러서 문 여는 실랑이를 하다 방문도 부쉈을 정도입니다.”지금은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분노를 표출하는 팔복 군을 병원까지 데려가는 소동을 벌일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한수 씨는 방황하는 아들을 위해 결단을 내렸다.“ 아들과 무조건 같이 있자 하고 일을 접었습니다. 학교 가기 싫다고 해서 자전거를 두 대 사서 아들이랑 저녁까지 한강변에서 자전거 타고 저녁에는 오락실에서 동전 잔뜩 바꿔서 오락하고 한 달 동안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면서 놀기만 했습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팔복아 너 없으면 진짜 심심하니까 학교 나와라’하는 친구들 말에 아들은 방황을 접고 학교로 돌아갔다. 이한수 씨는 “아들이 장남이라서 착한 아들 콤플렉스에 시달렸나 봅니다. 그래서 반항이 더 심했는지 모르죠. 그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부딪쳤기 때문에 지금 자기가 선택한 건축 관련 영상 일을 더욱 열심히 하는 것 같습니다. 부모가 기다려주면 아이들이 스스로 깨닫고 목표를 잡아가는 것 같습니다.”하고 아들의 방황을 이해했다.
그리고 아내가 집을 잃을 뻔한 사기를 당한 적이 있을 때, 서로 보듬어준 가족들이 다시 생각해도 고맙기만 하다. 부모들이 걱정할 때, 네 자녀들이 먼저 똘똘 뭉쳐서 부모에게 힘을 실어주었다. 끼니 걱정을 할 만큼 어려웠을 때도 기죽지 않고 잘 웃고 계란 세 개를 놓고 서로 양보하는 아이들이 너무 의젓해서 힘을 낼 수 있었다고 한다. 권향숙 씨는“당시 이이는 나에게‘너 왜 그랬냐?’는 말 한마디 없이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 주었지요. 평소에도 제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디를 다니는지 간섭 안 하고 늘 믿어 주었는데, 두고두고 생각해도 감사하지요.”하고 고마워했다. 이한수 씨 역시“아내가 어려운 가정형편을 만회해보려고 한 일이니까 당연히 묻지 않았지요. 한때 밤업소에서 노래하며 돈을 벌까 했는데, 아내가 극구 말렸습니다.‘ 당신은 배우다’그러니 배우로서 당신에게 맞는 역할이 올 때까지 기다리라’고 하면서 남편의 기를 북돋워주었습니다.”하며 당연해 했다.
그는 가끔 조언을 구하는 후배들에게‘배우자와 화목해야 가정이 다복하고 아이들에게는 친구처럼 허물없이 대하라’는 것을 강조한다고 했다. 지금도 신나게 연극 연습하러 조그만 가방 하나만 메고 나가는 남편이 귀엽다는 아내 권향숙 씨, 이런 사랑 덕분에 따뜻한 아버지이자 순수한 배우 이한수 씨가 될 수 있었나보다. 세월의 흔적인 주름마저도 부부의 얼굴 위엔 고운 미소로 남아서 청명한 하늘아래 빛나기만 했다.

이한수1952년 서울 출생,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졸업. 1976년 KBS 공채 탤런트 3기
로 방송국 입사. 1976년 KBS TV 「노래하는 아이들」로 데뷔해, 「TV 문예극장 봄봄」
(1979), 「보통 사람들」(1982), 「전설의 고향」(1984), 「옛날의 금잔디」(1991), 「삼국기」(1991)에서 2010년「명가」까지 다수의 드라마에 출연. 연극단‘가교’,‘사조’,‘예맥’등에
서 활동하며「다윗왕」(1995),「 땡큐 아바」,「 서울욥기」(2010) 등 공연. 이외에도 영화「헬로 임꺽정」(1987),「 달빛타기」(1985) 등 다수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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