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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 길
작성자 이태근 작성일시 2010-07-20 22:09:28.0 조회수 36

도시와 농촌이 함께 살 길


글 이태근 (사단법인 흙살림 회장)

유기농업은 화학 농약이나 화학 비료를 쓰지 않고 생산하는 생태적 기술과 그렇게 생산한 것을 인증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 그 다음은 그렇게 생산한 것을 판매하는 유통도 필요하다. 친환경 유기농 제품은 일반 시장에서 파는 제품과는 다르다. 자신의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도 좋지만 농업도 생각하고 환경도 생각해서 먹는 사람이면 좋다. 농업 생산 시스템에
변화를 가져오려면 소비 방식의 변화가 유통의 상당부분을 규정하기에 도시에서의 먹거리 소비 방식도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때다.
2008년 농림수산식품부 통계에 따르면 1조 8,900억 정도의 친환경 농산물 시장규모를 보여준다. 그 가운데 생산자조직(친환경 농업단체, 지역농협 등) 7,938억, 전문유통업체(백화점, 할인마트 등) 4,347억, 직거래(전화, 인터넷 등) 3,402억, 생산소비자 연계조직(한살림, 생협등) 3,213억 순으로 매출액 규모를 나타냈다. 이 자료를 통해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유익한 직거래 유통이 생각보다 성장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올해 4월 초부터 흙살림에서 시작한‘친환경 생활 꾸러미’는 이런 필요를 반영한 유통방식이다. 시작한 지 두 달 만에 꾸러미 회원으로 200가구가 가입했다. 회원들은 도시에서 맞벌이 하는 부부들로 친환경 식재료를 구입하고 싶어도 딱히 믿고 살만한 곳을 찾기 어렵거나 시장 볼 시간조차 내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꾸러미는 중간도매유통 과정이 없어 값도 시중보다 20~30% 싸고 무농약 인증 이상의 신선한 농작물을 정기적으로 공급하기 때문에 고객들은 보다 안전한 밥상을 차릴 수 있다. 매주 금요일마다 각기 다른 채소들을 꾸려 보내는데, 고객들은 꾸러미를 받을 때 마치 고향 시골집에서 한 보따리 보내온 것 같은 정을 느낀다고 한다.
또한 유기농을 하는 농촌 1가정의 안정적인 수입구조를 유지하도록 협력하는 작은 모임도 활성화되고 있는 추세이다. 예를 들면 도시의 10가정이 매월 일정 금액을 모아 농촌 1가정에게 보내면, 농촌 가정에서는 매월 달걀과 제철 작물들을 보내주는 형태이다. 이러한 작은 유통구조에서부터 생명운동이 시작된다. 이는 신뢰를 바탕으로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또한 각 계절에 맞게 심고 가꾸고 수확하는 농장 체험도 산지에서 도시가정에 제공해 생명네트워크를 이어갈 수 있다. 지난 6월, 직거래 소비자들을‘토종벼 모내기 행사’에 초청했다. 충북 괴산에 위치한 농장에 모여 토종벼 모내기, 감자 캐기, 고구마 심기를 했다. 토종쌀밥으로 점심도 함께 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가족 중에는‘와! 벼가 이렇게 생겼구나!’하며 마냥 신기해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흙 속에 묻힌 감자를 캐내어‘누구 것이 더 큰가’하며 즉석에서 대회를 벌이기도 했다. 평소 생산자와 소비자가 좀 더 친근한 만남을 가져 생명과 환경을 소중히 하는 마음을 공유하고 실천하는 운동을 하고 싶었다.‘ 꾸러미’는 이런 바람을 담은 유통 형태라 할 수 있다.
2009년 12월에 수서에 있는 한 영구임대 아파트 단지 주민과 함께 도농(都農) 상생(相生)을 위한 작은 실험을 시작했다. 약 2,500세대 규모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분리수거하고 이를 퇴비로 만들어 텃밭을 가꾸어 농산물을 주민들이 직접 거두고 있다. 그리고 비록규모가 크진 않지만 단지 내 농구장을 용도 변경하여 비닐하우스 방식의 농산물 경작지로 사용하고 각 동의 앞뒤 화단 및 단지 내 짜투리 공간을 텃밭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친환경 농산물 소비에서 소외된 도시민들이 직접 운송과 유통비용이 절감된 지역 농산물을 생산해보자는 취지이다. 이런 시스템으로 주민에게 저가의 친환경 농산물을 제공할 수 있고, 순환을 통해 재생된 흙으로 만든 화단과 텃밭에 친환경적인 주거 환경을 꾸밀 수 있
다. 또한 음식물 쓰레기의 수거-집하(한곳으로 모음)-처리 과정이 지역 내에서 즉각적으로 이뤄지면서 음식물 쓰레기 처리 비용(1t당 8만 원) 및 운송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요즘 들어 녹색성장, 생태복원, 기후변화 대책의 중요성이 한층 더 강조되고 있다.
진정한‘녹색’의 삶은 다소 불편해도 느리게 사는 것을 즐겨야 한다. 농민과 소비자가 함께하는 운동과 실험을 성공시켜 유기농산물로 도시민을 살리고, 우리 농촌도 살리고 싶다. 이런 의미에서 도시에서 새롭게 시작되는 도시 로컬푸드 운동은 사회를 새롭게 변화시키는 중요한 운동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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