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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
글 차흥도 (기독교귀농학교 교장)
5년 전 논산 가야곡면에 정착한 박모 씨(39)는 처음 귀농할 당시만 해도 외지인이라고 쉽게 마음을 주지 않는 주민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심했다. 게다가 정직한 농사를 지어보겠다고 내려와 가진 자본 몽땅 털어 넣었는데 소득은 커녕 빚만 늘었다. 이후 주민과의 장벽은 그곳에서 아들을 낳자 사라졌고, 자급자족하는 삶의 방식에 서서히 익숙해지면서 큰 소득이 없어도 행복할 수 있는 비결을 얻기 시작했다. ‘스트레스 없이 건강하게 살고 싶다’‘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도시에서 더 이상 못 살겠다!’하는 외침과 고민으로 귀농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있다. 귀농을 결심하고 왔다 해도 60~70% 정도가 정착하지 못하고 떠난다. 귀농은 단지 도시에서 농촌으로 거주지만 옮긴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실제적인 삶의 방식을 바꾸는 대대적인 운동이다. 하나하나 확실히 짚고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아 무작정 귀농했다간 큰 낭패를 볼 수 있다.
귀농을 결심했다면, 당장 텃밭 농사나 주말 농사부터 시작하라. 재를 묻혀서 심는 씨감자, 알이 맺히지 않는 배추농사의 경험은 부지런하면 지금부터 할 수 있는 일이다. 옥상이 있다면 화분이나 나무상자에 고추나 상추, 배추, 방울토마토 등을 심어보자. 여건을 탓하지 말고 가족과 함께 주말마다 교외 농장으로 나가보자.
출·퇴근길에 영농에 관련된 서적을 읽고, 귀농학교를 찾아가 교육을 받는 것도 중요하다. 귀농학교에서 많은 정보뿐만 아니라 인적인 네트워크까지 얻을 수 있으므로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농사는 결코 혼자 짓는 게 아니다. 하늘과 땅이 짓는 것이고, 이웃과 함께 짓는 것이다. 누군가에게 도움을 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그리고 다만 얼마만큼이라도 거둔 수확물을 가까운 지인들에게 팔아보라. 아무리 가까운 사람이라도 작은 감자 한 알에 담긴 내 수고와 땀을 모른다. 농민들이 왜 수확 철에 그토록 속이 터지는지 느끼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 늘‘어떤 상황에도 나는 귀농을 행복하다 할 것인가?’‘땀 흘린 만큼만 거두고 먹는 삶에 자족할 수 있는가?’라고 내 귀농의지를 정직하게 살필 필요가 있다. 귀농지를 선택하는 일도 신중해야 한다. 고향이나 인맥이 있는 곳을 선택하라. 아는 귀농자가 있는 지역이라면 서로 의지할 수 있어 좋다. 그 외 대상 지역을 최대한 좁혀 살펴본다. 지역 부동산정보지 같은 것도 활용하고, 면사무소 직원에게 도움을 구해도 좋다. 마을 이장이나 토박이 농사꾼을 찾아갈 때는 음료수 한 박스라도 정성스럽게 사들고 가고, 마음과 몸을 낮춰라. 귀농지를 선택했다면, 그때부터는 그곳이 고향이라 생각하고 정을 붙이는 게 중요하다.
요즘 도시건 농촌이건 무해한 농작물로 건강한 밥상을 차리고 싶어 한다. 건강한 밥상을 차려 먹어야 하는 이유가 뭘까? 나 자신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이웃의 생명을 살리고 풍성하게 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살려면 내 자신이 먼저 생명력으로 충만해야 한다. 내가 바르게 먹고 살아야 강한 생명력을 갖고 이웃을 살릴 힘도 생긴다. 한때 일본 사회에는 심각한 ‘이따이-이따이(아프다-아프다)’와 같은 공해병이 발생했다. 이 병은 체내에 카드뮴이 축적되면서 차츰 칼슘이 몸에서 빠져나가 석회화되지 않은 골조직이 증가하여 뼈가 약해지는 골연화증을 유발한다. 급기야 공장 폐수에 들어있던 카드뮴은 농작물과 식수에까지 흘러 들어가 위험한 수준에 이르렀다. 이에 먹거리에 대한 각성이 소비자 쪽에서 일어났고, 같은 동네에 사는 아주머니들이 모여‘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해 달라. 그러면 우리가 그것을 소비하겠다’고 농가를 찾아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농민들이 먼저 각성했고, 유기농법으로 작물을 생산해 소비자들을 찾아갔다. 오염된 음식을 먹었을 때 자기 몸과 삶에 어떤 치명적인 일이 벌어지는지 자각하지 못한 소비자들은 이를 외면해 왔다. 우리 정부는 이미 친환경농업으로 간다는 정책을 세웠으나 관료들은 여전히 농가를 경영자로 만들어준다며‘일 억 소득 농가’를 부르짖는다. 공장 식으로 농가를 운영한다면 더 많은 생산물을 내기 위해 농부들은 바람직하지 못한 화학 농법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계속가면 소비자들은 안전한 식생활을 보장받을 수 없다. 아무 거나 먹어선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몸은 머리서부터 발끝까지 우리가 먹는 것이 우리 자신이 된다. 좋은 먹거리를 먹으면 좋은 기운이 사람을 살리고, 나쁜 먹거리를 먹으면 나쁜 기운이 자신 뿐만 아니라 이웃까지 죽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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