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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음과 늙음에 대하여
작성일시 2018-06-01 17:47:07.0 조회수 321

 

젊음과 늙음에 대하여 

 

내가 벌써 늙음을 얘기하다니?

이렇게 익숙한 제목의 칼럼 첫 문장을 의뭉스럽게 써놓고 내 스스로 의아해하고 있다. 그래서 문장부호도 느낌표가 아닌 물음표를 쓴 것이다. 속내는 이런 주제의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는 뜻도 되고 그만큼 나, 라고 하는 존재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은연 중 드러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어쩌랴. 나는 이미 젊음이 지나서 늙음으로 달려가고 있다. 젊다와 늙다, 라는 형용사는 묘한 뉘앙스가 풍긴다. 애써 명사형 어미 을 덧붙여 젊음과 늙음으로 모양을 갖추면 서 그 의미가 고상해진다. 젊음에는 적음의 의미가 들어 있는 것 같고 늙음에는 나이 값이랄 수도 있는 많음이 스며있는 듯하다.

 

나는 이 점에 주목하고 싶다. 의 받침을 유심히 보면 ㄹㅁ이 서로 조화롭지 못한 현상도 느끼게 된다. 한쪽은 살아서 꿈틀거리고 다른 한쪽은 가두는 꼴이다. 내 젊음이 그랬다. 나를 스스로 가두고 살았다. 꿈은 많았지만 꿈을 이루기에는 턱없이 모자란 능력이었다. 더구나 처음으로 선택한 교도관이라는 직업은 분명 가둠의 직업이었다. 이십 대 청춘에서 육십 대에 이르기까지 그 모순 속에서 일했다. 십오 척 담장이라는 물리적인 장치도 그렇거니와 슬프게도 내 의식 또한 개방적이지 못했다. 하지만 나름 발버둥 쳤다. ‘가둠가운데 비상하는 꿈은 간절했다. 그래서 내 직업의 가치를 스스로 승화시키려고 부단히 애썼다. 소명(召命)이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자를 보자. ‘의 받침은 ㄹㄱ이다. ‘에서 보듯 열린 모습이어서 참으로 다행스럽다. 반쯤 열린 것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다 열린 것이다. 수문을 열어 놓았으니 물이 흘러 나갔다. 흘러간 물이 아마도 본질적인 사랑이 주류라면 나는 잃은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사랑은 어떤 모양으로든 꽃을 피우고 아름다운 열매를 맺기 때문이다. 하긴 쓴 물처럼 사랑이 아닌 분노와 증오, 상처로 얼룩진 비본질적인 에너지 낭비도 컸으리라. 그렇다고 해도 마침내 모든 물은 바다로 가서 큰 꿈을 이루게 된다. 필연적인 순리다. 내 젊음도 그렇게 늙음으로 쏜살같이 흘러가도 그 길은 분명 기쁠 터이다.

 

이건 분명 역설적인 깨달음이다. 늙음의 뜻은 열림이고 나눔이다. 또 베풂이다. 나아가 섬김이다. 결국은 현재의 삶으로 맺어진다. 내게 주어진 하루하루의 생활을 어떻게 가꾸며 엮어내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굳이 지나간 젊음을 한스러워 할 필요도 없거니와 닥친 늙음을 두려워해서도 아니 된다.

 

일전에 참으로 오랜 만에 옛 동료들을 만났다. 대부분 현직에서 은퇴하여 뚜렷하게 하는 일 없이 지내고 있었기에 지금도 나는 일하고 있음을 조용히 으스댄 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래서 그런가. 동료들은 나를 참으로 따뜻하게 맞이했고 덕담이 진실하게 들려왔다. ‘젊어 보이네, 건강해 보이네라고 말이다.

 

아무래도 나는 내 늙음을 축복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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