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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 꿈 비전
작성일시 2010-07-15 15:55:43.0 조회수 237

소망

 

오늘 저녁에는 대전에 있는 대학에 ‘결혼관’에 대한 강의를 하러 가기 때문에 4시까지만 진료한다. 
결혼 전 청년들에게 올바른 교제 방법과 남녀의 생리적 차이, 
부모로부터 정서적, 경제적 독립, 결혼 초기의 주의할 점 등을 중점적으로 강의할 예정이다. 
‘부부의 성’이나 ‘결혼관’에 대한 강의 요청이 들어오면 개업을 하는 나로서는 병원을 비워야 하는 어려움이 따르지만 
이것이 바로 소명이라 생각하고 기꺼이 달려간다.

가정의 건강이 사회의 건강을 좌우한다고 나는 확신한다. 
아무 생각 없이 지금의 성 문화에 휩쓸려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앞으로 건강하고 즐거운 가정을 이루기 위한 필요한 지식을 나열해 보기로 한다. 
부부들에게는 어떻게 하면 재미있고 즐거운 성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지 나름의 답을 제시하려고도 한다.

5년 전에 갑자기 환자가 줄고 덩달아서 수입도 줄어 계속해 병원을 운영하기가 힘들었고 한동안 난감했었다. 
탈출구가 없을까 이리저리 궁리해 보았지만 실망스럽게도 그 어떠한 실마리도 보이지 않았다. 
그 당시 비가 오거나 해서 환자가 없을 때 영화진흥공사에서 한 편당 500원을 내고 인터넷으로 50~60년대 흑백영화를 받아 보곤 했다. 영화 <오발탄>을 본 것이 그즈음이었다. 
주인공의 어머니가 알 듯 모를 듯, 안개와 같이 흐릿한 말을 반복하는 장면이 지금도 생생하다.

“가자. 가자.”

그것은 6․25전쟁 후 방향 감각을 잃은 암울한 시대를 우회적으로 암시하는 충격적인 외침이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 외침은 당시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 나의 탄식이 아니었나 싶다. 
한동안 고민 끝에 남은 인생을 ‘성’에 관한 상담과 
그에 대한 전문적인 식견을 담은 글, 또는 강의로 의미 있는 시간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방향을 잡게 되었다.

급히 홈페이지를 만들어 <청년의 성>과 <부부의 성>, <황혼의 성>에 대한 글을 쓰기 시작했고, 
간간이 올라오는 물음에 답을 해주었다. 
‘성’은 비뇨기과의사로서 어느 정도 기초가 되어 있어 계속 공부하면 문제가 없다고 생각되었지만, 
글쓰기는 고등학교 다닐 때 교지에 기행문을 한 번 냈고, 
의과대학 시절 교지에 낼 수필을 한 편 쓴 것이 고작이었다. 
습작은 물론 글쓰기는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강의 또한 다양한 사람들 앞에서 아는 지식을 생동감 있게 전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새삼 깨닫는 중이다. 
그러나 5년 전 소망을 가지고 시작한 일이 하나둘씩 이루어지고 있는 현실을 볼 때 마냥 신기하고 놀랍기만 하다.

성에 대한 상담은 인터넷이나 전화로 받았다. 
직접 방문한 환자를 상대로도 성의껏 임했다고 생각한다. 
우연한 기회에 시작하게 된 강의가 듣는 이의 삶을 변화시킬 감동이 넘치는 내용으로 채워져 
많은 이들에게 호응을 받기를 바랐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매력 있는 연설이 되지 못한 아쉬움 속에서도 
점점 더 초청하는 곳이 늘고 있다. 
부끄러운 가운데서도 자주 하다보면 나아지리라 생각된다.

홈페이지에 ‘성’에 관한 상식적이고도 전문적인 글을 올리기는 했지만 사실 많은 사람들이 읽을 만한 지면상에 글을 늘어놓는다는 것은 상상하지도 않았다. 
우연한 기회에 <의사신문>에 연재가 되어 햇수로 3년이 되었고,
 만 2년이 훌쩍 지나갔다. 한두 편만 쓰고 그만 둘 요량으로 끼적거렸던 것이 어찌어찌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일련의 글 쓰는 행위가 직업이 아닌 관계로 나는 겨우 자투리 시간을 내어 작문할 수밖에 없었다. 글이라는 것이 밥을 먹거나 공기를 마시듯 그렇게 가볍게 다룰 수 있는 차원은 아닌가 보다.

오늘도 빨리 원고를 보내달라는 편집자의 독촉을 받고는 새벽에 일어나 책상 앞에 주섬주섬 앉아 있다. 
하나하나 진실한 마음을 담아 씨앗을 심도록 나름대로 애써 본다.
 진료실 주변이라는 한정된 주제를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은 결코 수월하지가 않다. 
소질이 없는 나로서는 난처하고 고된 일이지만, 신문을 받아보는 동료의사들이 
편지와 전화, 문자, 메일 등으로 격려해 주어 부족한 자에게 정말로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렇듯 5년 전 마음에 품고 시작한 일들(상담, 강의, 글쓰기)이 그 가시적인 성과를 이루어 가고 있는 현재를 볼 때마다 
말할 수 없는 감동을 받고는 한다. 
우연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은 결단코 우연만이 아니라 소망이 있는 가운데 
그것을 위하여 노력하는 사람들에게 반드시 일어나는 필연이 아니겠는가.
 문을 두드리는 자에게 기적과도 같은 열림이 있을 것이다.

희망은 본래 있다고도 할 수 없고 없다고도 할 수 없다. 
그것은 마치 땅 위의 길과 같은 것(루쉰,「고향」중에서)이다. 
그렇다. 
희망은 원래 그 자리에 상존해 있던 존재적 개념이 아니다. 
저 멀리 떠다니는 구름이어서 그것을 건져 내기 위해 그물망을 드리우는 낯선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도 아니다. 
벽돌이나 아스팔트, 철골로 지은 거대한 도시의 상징물은 더더욱 아니다. 
그것은 인간이 걸어서 찾아야 하고 밟아야 하는 적극적인 의미의 신기루다.
 때로는 부지불식간에 길을 발견하듯이 희망은 생겨난다. 희망은 희망을 갖는 사람에게만 존재한다.
 길을 찾는 여행자를 그 길이 반기듯 말이다. 
희망을 열망하는 자에게는 희망이 있고, 희망을 열망하지 않는 자에게는 실제로 아무런 가치도 없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체가 되고, 보이지 않는 것들의 증거가 된다. 꿈은 이루어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꿈을 꾸는 동안에 우리는 이곳과 저곳에 무지개다리를 건설하게 된다. 
삶의 진정성을 다채로운 색감으로 투과하는 무지개를 우리는 만져볼 수 없지만 결코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 
없다고 치부하기란 어렵다. 
아니 희망은 더욱 구체적인 행동을 결심케 한다. 길을 찾아라. 
무엇인가를 찾아가는 행위, 누군가를 기다리는 순간순간에 어쩌면 우리 자신 스스로가 희망이 되어 있을지 모른다.

월드컵을 열리기 전까지 히딩크 감독은 여러 나라와 평가전을 갖던 중에 큰 점수 차로 패배했을 때도 
선수들에게 희망을 심어주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소망과 꿈을 잃지 않게 했고, 
그 힘은 예선을 거쳐 8강전과 나아가 4강의 신화를 이루게 한 원동력이 되었다.

요즘 경제가 힘들다. 
하늘은 가을의 시정으로 가득 차 있는데 사람들의 표정에는 너무나도 때 이르게 싸늘한 바람이 분다. 
선배 의사 한 분이 자살을 했다. 
자살할 수밖에 없었던 그 고통을 나는 모른다. 
그렇지만 어떠한 상황이라도 고통은 서로 나누어 져야 할 짐이 분명하다. 그
것 때문에 힘들어하고, 순간적으로 인생을 포기할 마음을 먹어서는 안 된다. 
가족은 그래서 반드시 필요한 울타리다. 
거기에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고 열매 맺기를 소망해 본다. 
겨울이 가면 봄이 오듯 어둠이 가면 새벽이 올 것이고, 거칠고 험한 폭풍이 지나가면 정결함과 고요함이 깃들 것이다.
 파도가 출렁인다. 하지만 심해의 바다는 요동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에도 드넓고 깊은 소망의 바다가 자리 잡기를 바란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에서 스칼렛 오하라는 주먹을 불끈 쥔 채 희망을 결단하며 이렇게 외친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다시 떠오를 테니.”

 

 

 

 

 

 

 

 

No. : 1 글쓴이 : 최순호 등록일시 : 2010-07-27 18:03:45.0
때에 맞는 말 한마디가 긴장을 풀어 주고 * 사랑의 말 한마디가 축복을 준답니다. 형제님! 축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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