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닮음과 닳음
작성자
최기훈
작성일시
2019-08-29 13:21:22.0
조회수
47


닮음과 닳음


닮다와 닳다는 동사動詞다어감語感은 비슷하지만 뜻은 확연히 다르다. ‘닮다는 타동사他動詞요 닳다는 자동사自動詞다이렇게 두 말을 풀어 놓으면 나는 국어國語에 전문 지식을 가진 듯이 보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다만 닮다라는 말에 유별한 관심을 갖고 있던 터에 이 말과 유사한 말을 찾다가 문득 닳다에 집중하게 된 것이다서로 뜻이 통한다고나 할까.

 

내친 김에 타동사라는 말도 생각해보았다. ‘동사의 작용이 주어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물에 영향을 미치도록 하거나대상이 되는 목적어가 있어야 비로소 움직임을 나타낼 수 있는 말남움직씨.’그러니까 닮다라는 의미가 서로 비슷하게 생기다어떤 것을 본떠 그와 같아지다.’에서 보듯 대상을 향한 주체적인 노력을 동반하는 의지 표현 곧 영향력을 암시하는 말이다단순한 개념 그 이상의 가르침을나는 이 닮다에서 찾게 된 것이다.

 

그래서 우리말은 알면 알수록 신기하고 자랑스럽다한편 닳다라는 자동사를 생각해보자자동사의 뜻은 동작·작용이 주어主語 자신에만 그치고 딴 사물에는 미치지 않는 동사로 풀었다그러니까 오래 써서 낡아지거나 줄어들다라는 말뜻에서 보듯 누구의 도움 없이 오로지 본분本分에 충실한 자발적이고 체험적인 노력의 산물이다결국 내가 깨달은 것은 닳고 닳아야 닮음에 이를 수 있다는 결론이다.

 

신약성경에 나오는 바울paul은 예수님을 닮은 신실한 사도師徒였다그가 신약성경 27권 가운데 13권을 기록했는데 그의 메시지는 확신에 찬 자신의 인격을 드러내고 있다빌립보서 3:17에 보면 형제들아 너희는 함께 나를 본받으라 …고 지극한 권면을 하고 있다그가 얼마나 예수님을 사모하며 목숨을 다한 전도자였는지 이 구절로도 짐작할 수 있다그는 말과 행동이 일치 했던 탁월한 제자였다. ‘본받으라는 말은 결국 닮으라는 얘기다정말이지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을 닮아가서 그 사람처럼 되는 것그게 진정한 가르침이 아닐까.

 

언젠가 지하철역 계단을 올라가고 있었는데 한 아이가 엄마 손을 잡고 내려오고 있었다삼십 대 후반으로 보이는 젊고 세련된 엄마였고 하얀 드레스를 입은 딸아이는 귀엽기 그지없었다가슴에 예쁜 꽃까지 달았다두 모녀를 보는 순간어쩌면 저리도 닮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그 닮음이 신비스러울 정도였다이렇듯 닮음은 외모뿐만이 아니라 내면은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은혜로운 인격의 산물이다.

 

내가 닮고 싶은 사람이 있다멘토mentor인 셈이다내 나이 오십 줄에 들어섰을 때 알게 되었다내가 닮고 싶어 하는 그분은 그다지 뛰어난 인물은 아니다어쩌면 지극히 평범하여 더 존경받는 분이다굳이 닮고 싶어 하는 부분을 말한다면 그의 인품人品이요 인격人格이다그분은 참 따뜻하다웃음 또한 그렇게 자주 드러낸다왠지 친근하고 몸짓 또한 겸손함이 배어 있다그렇다고 유려한 말씨로 듣는 사람을 몰입시킬 정도는 아니었다다만 나직이 진심을 담은 목소리로 핵심을 전달하는 사역자라고나 할까.

 

그도 한 때는 모순적인 가장家長의 행태와 이율배반적인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었다고 하였다그런 아픔을 통하여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이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던 가정 사역자로 우뚝 섰던 것이다그분의 그런 부드러우며 따뜻하고 겸손한 삶의 태도를 닮고 싶다그러기 위해서는 내 스스로 내면이든 표면이든 닳고 닳아야 한다그래야 닮아 갈 수 있다. 

 

 

  • 작성자
    최기훈
    두란노아버지학교 홈페이지가 새롭게 바뀐 후 이제서야 칼럼을 올립니다.
    실은 지난 홈페이지에 제 이름으로 된 고정칼럼이 그 의무감으로 꽤 오랜 기간 나름 칼럼을 올렸었는데
    고정칼럼란도 슬그머니 없어지고 그 부담에서 벗어났으니 가벼운 마음입니다.
    이 가을, 우리 두란노아버지학교 모든 사역자들의 평안을 빕니다.
    2019-08-29 13:28:11.0
  • 작성자
    국관호
    아름다운 마음으로 묵묵히 사명을 감당하시는 형제님을 사랑합니다.
    2019-09-05 11:11:3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