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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칼럼 (농사는 풀과의 전쟁)
작성자
이진영
작성일시
2019-07-27 21:00:50.0
조회수
57

농사는 풀과의 전쟁

 

 농사짓는 사람은 한결같이 풀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뽑고 돌아서면 금방 또 난다고 한다. 자라는 속도가 얼마나 빠른지 잠시 한눈을 팔면 금세 밭을 뒤덮어 버린다고 하니 여간 부지런하지 않고는 풀을 키우는 꼴이 되겠다.

 

 시골에 발령을 받아 사택에 살 때였다. 앞마당에 손바닥만 한 밭이 있어서 몇 가지 작물을 심었다. 아닌 게 아니라 자고 나면 풀이 자라 있어서 그 작은 밭도 가꾸기가 힘들어 나중에는 갈아엎어 버렸다. 상춧잎이 풀에 영양분을 빼앗겨 얇아지면서 먹을 수가 없었고 호박도 조금 자라다가는 꼭지가 전부 떨어지며 고추도 새끼손가락 굵기 이상은 자라지 않았다.

 

 풀을 뽑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한다. 쪼그리고 앉아서 손으로 일일이 뽑기도 하고 농약을 치기도 하며 비닐로 덮어 아예 자라지를 못하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 풀의 생명력은 참으로 질기고 억세어서 이런 노력을 수포로 만들기도 한다.

 

 농사는 남에게 맡기면 절대 잘 안 된다고 한다. 심지어는 주인의 발자국 소리를 듣고 작물이 자란다고 하니 그만큼 애지중지해야 잘 자라는 것이다.

 

 자녀 키우는 것을 자식 농사라고 한다. 부모의 발자국 소리를 가까이 자주 들려주고 있는가? 돌만 지나면 얼른 유아원에 보내어 남의 손에 맡기고 있지는 않은가? 기저귀도 남이 갈아주고 말도 남이 가르치고 숟가락질도 남에게 맡기고 친구와 노는 법도 남이 가르치는 그 곳.

여러 이유를 댈 것이다. 맞벌이를 해야 하거나 낮에라도 좀 쉬어야 하거나 건강관리를 위해 운동을 해야 하는 등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그렇게 자기 자식을 남에게 위탁하여 키우는 동안 그에게 자라고 있는 풀은 누가 뽑아 주는가? 그냥 세끼 밥 먹여주고 간식 챙겨주고 친구들끼리 놀면 잘 자라는가? 유아원뿐만이 아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계속 상급 학교에 위탁하고 부모는 자녀의 풀 뽑기에 두 손을 놓는다.

 

 그렇게 해도 잘 자라는 아이가 물론 많다. 그러나 만일 부모가 직접 자녀를 키운다면 훨씬 더 잘 자랄 것이다. 외적인 성취만 볼 것이 아니다. 외적으로는 그럴듯하게 많이 이루어도 내적인 성장이 없으면 그 이룬 성취가 오히려 독이 되기 쉽다. 요즘 보도를 통해 드러나는 각종 비리와 사건 사고 뒤에는 부모의 풀 뽑기 위임으로 내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 이유가 크다.

 

 경제적인 이유가 가장 클 수 있다. 그러나 성장기에 제대로 풀을 뽑아 주지 않으면 나중에 들어가는 돈이 더 많다. 부모의 자아실현을 위해서일 수 있다. 그러나 자녀의 자아실현은 더 큰 즐거움이다. 건강을 위해서일 수 있으나 자녀의 일탈을 보게 되면 피가 마른다. 자녀는 부모가 들인 품만큼 바로 자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