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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칼럼(다 버리고 서너 개만)
작성자
이진영
작성일시
2019-01-22 20:17:07.0
조회수
614

다 버리고 서너 개만

 

  집에다 화분을 놓을 때 처음에는 여러 개의 화분을 놓게 된다. 베란다에는 물론이고 거실 창가, 거실장 위, 피아노 위, 식탁 위, 화장대 위에도 놓으며 심지어는 구석 후미진 곳에도 목이 길고 햇빛을 적게 받아도 되는 음지 식물의 화분을 놓는다.

 

 그러나 계절에 따라 밖으로 내놨다 안으로 들여놨다를 반복하다 보면 차츰 화분을 줄이게 되고 급기야는 아주 맘에 드는 것 서너 개만 남기고는 죄다 처분하게 된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아깝거나 아쉽지가 않다. 그렇게 탐이 나서 아끼던 것이 어느 날부턴가 시들해진다. 서너 개의 화분이 수십 개의 화분을 대신할 만큼 마음이 바뀌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느끼는 즐거움 중 하나는 단순하게 살아도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많은 것을 먹어 보고 마셔 보고 가져 보고 겪어 보고 당해 보고 누려 봤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그저 나이만 먹는다고 되는 것은 아니다. 늙을수록 욕심을 부려 늘그막에 패가망신하는 이른바 노탐도 흔히 보는 일이기에 부단히 자기를 채찍질하고 단련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며 오히려 나이가 들수록 귀가 얇아져 남의 말에 쉽게 흔들리기도 하고 심지어는 속기도 하는 것이어서 단순하게 사는 즐거움을 누리기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단순함은 그 과정에 많은 시행착오와 가치의 변화가 있어야 가능하지만 더는 뺄 것이 없는 상태즉 핵심만 남겨 놓는 것이어서 부족한 상태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집중하는 것이고 무딘 것이 아니며 날카롭게 핵심을 꿰뚫는 것이다.

 

 1970년대, 애플을 창업한 스티브잡스는 20대 나이에 억만장자 반열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성공했지만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났다.

그 후 픽사라는 회사를 성공시키며 재기한 그는 1997년 애플에 돌아왔다. 그가 복귀할 당시 애플은 연간 10억 달러에 이르는 적자를 짊어지고 있었다. 60달러를 상회하던 주식은 17달러까지 떨어졌다. 모든 전문가는 애플이 쇠락의 길로 걸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돌아온 스티브잡스가 한 일은 애플에서 생산하는 제품의 가짓수를 350개에서 10개로 대폭 줄인 일이다. 기존 제품에 대해 무려 340번이나 No를 외친 것이다. 그렇게 본질에 집중한 그의 전략은 적중했다. 애플은 다시 소비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시대를 변화시킬 수준의 상품을 계속해서 만들어 냈고 그는 혁신의 아이콘이 되었다.

 

 사실 스티브잡스가 파악한 이 단순함의 가치를 우리는 이미 알고 있다. 그러기에 세상에서 많은 것을 가지려 하지 않고 본질만을 확실하게 배우고 따르는 것이 가장 큰 지혜이다.

  ‘단순함이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레오나드로다빈치의 말은 단순하면서도 정교하게 삶의 본질을 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