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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영 칼럼 (주례)
작성자
이진영
작성일시
2018-10-10 07:42:25.0
조회수
582

주례

 

  이런저런 지인의 부탁으로 수년 전부터 한 해에 두세 번씩 주례를 서고 있다. 나의 살아온 발자취가 바르지 못한 것이 많아 될 수 있는 대로 서지 않으려 하나 거절하기 어려운 경우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이게 된다.

자꾸 사양하는 것도 예의가 아닌 것 같고 내가 뭐 그리 잘나서 심사숙고 끝에 정중하게 하는 부탁을 뿌리치나 싶기도 하다. 직장 동료 또는 그의 자녀, 그리고 친구 자녀인 경우라 더욱 그렇다.

 

 어쨌거나 직장 동료 또는 그의 자녀를 위한 주례에는 늘 부담이 생긴다. 직장에서의 모습을 서로 친숙히 보아 왔지만 그렇다고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무래도 친구 자녀의 주례를 맡는 일이다. 그 친구는 나의 삶의 궤적을 거의 다 안다. 나의 유년과 그때의 비틀거림과 유치함을 자세히 알고 있다. 더구나 하객으로 앉아 있는 혼주의 친구는 대부분 나의 친구이기에 그럴듯한 축하의 말을 해 주기가 퍽 낯간지럽다. ‘저도 그렇게 살지 못했으면서 무슨 훈계야?’ 하는 비아냥이 들리는 듯하고 그 정도는 아니어도 픽픽 웃는 모습이 보이는 것 같아 좀 어렵다.

 

 그러나 이런 부담에도 불구하고 주례를 서는 이유가 또 있다. 동료들이 그래도 나를 잘살고 있는 사람이며 꽤 괜찮은 상사라 여겨주기 때문이다. 특히 흉허물이 없기에 더욱 조심스러운 사이인 친구가 부족하기 짝이 없는 나를 자기의 가장 사랑하는 자녀의 주례로 선정하는 것은 그런대로 열심히 살아온 것을 인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내가 더 고맙고 감격스러워서 어떤 때는 선뜻 시간을 내기도 한다.

 

 일단 주례를 맡게 되면 그 직후부터는 무척 긴장된다. 진행 절차를 상의하여 실수하지 않도록 여러 번 검토하고, 특히 의식 중 가장 중요한 주례사는 다듬고 또 다듬어 결혼생활에 보탬이 될 말을 선별하게 되는데 이전에 사용했던 주례사를 다시 수정하거나 추천 교재를 많이 참고한다. 그리고 당일이 되면 진행 대본을 챙겨 1시간 전쯤에 미리 예식장에 도착하여 공간의 크기, 마이크 상태, 주례석, 신랑·신부석, 혼주석, 객석 수, 조명 등을 확인한다.

 

 드디어 결혼식의 주인공인 신랑과 신부가 입장하여 나란히 주례 앞에 서면 침 넘어가는 소리가 들릴 만큼 설렌다. 그들의 생애 최고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설레고 상기된 표정으로 주례를 쳐다보는 눈을 보면서 설레며 식장을 가득 메운 하객의 수많은 눈동자를 보면서 설렌다.

 

 우리 인생의 대사 중의 대사인 결혼식은 참으로 황홀한 의식이다. 그 의식의 총주관자로서의 주례는 그래서 가슴 벅찬 자리이며 그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에 감사하고 감격한다. 신랑과 신부처럼 나이가 다시 젊어지는 것 같아 행복이 철철 넘치는 찬란한 삶을 꿈꾸게 된다.

 

 그들에게 해 주는 한 마디 한 마디는 곧 나에게 하는 충고이고 비판이며 다짐이기도 하여 주례라는 그 벅찬 이름을 감당하기 어렵지만, 그들에게서 수십 년 전의 나의 모습을 떠올리며 죽도록 사랑하기에도 짧은 인생임을 절감하면서 자꾸만 목이 메인다.